'차 없는 날' 절반은 성공 했지만...

승용차 대폭 감소, 버스·전철 몰려 불편

등록 2007.09.10 17:33수정 2007.11.23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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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10일 아침 9시경 광화문 사거리에서 바라본 종로 입구

10일 아침 9시경 광화문 사거리에서 바라본 종로 입구 ⓒ 김대홍


10일 서울시 전역에서 열린 '차 없는 날'이 한 주 전에 비해 출근시간대(오전 7-9시) 교통량 22.0% 감소라는 성과를 올렸다.

지난해 9월 22일 열린 '차 없는 날' 행사시, 출근시간대 교통량이 오히려 4천대 가량 는 데 비하면 눈에 띄는 수치다.


a  종로 임시 전용도로를 달리는 버스들. 종로타워에서.

종로 임시 전용도로를 달리는 버스들. 종로타워에서. ⓒ 김대홍

시민단체 '녹색교통운동'이 서울시내 주요 13개 지점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교통량은 16.9%, 자가용은 23.6% 줄어들었다. 다른 교통수단에 비해 개인 승용차 비율이 더 크게 줄어든 것을 알 수 있다.

이번 캠페인 주최측이 '개인 승용차 이용 자제' '교통량 20% 감소'라는 목표를 내세운 데 비춰보면 목표는 거뜬히 이룬 셈이다. 게다가 통행속도도 대폭 빨라졌다.

서울경찰청이 조사한 출근시간대(오전8-9시) 자료에 따르면 서울 전체는 시속 22.9km에서 31.0km, 도심은 14.4km에서 25.4km로 높아졌다. 거의 10km 이상 빨라진 셈이다.

여러 매체도 이런 성과를 크게 보도하며, '성공'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하지만 마냥 웃고 있기에는 뭔가 허전하다. 이러한 수치가 앞으로 '쭉' 이어지리라고 누구도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급하게 다이어트를 했을 때 요요현상이 이는 것처럼, 더 심한 교통체증을 맞이할 수 있다.

실제 상당수 직장인들이 승용차를 놓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대중교통 쾌적도는 나빠졌다. 평상시보다 출근시간이 더 길어졌다는 직장인들이 적지 않았다. 일산에 사는 직장인 이아무개(30)씨는 "빈틈이 없어 출근길에 버스 네 대를 그냥 보냈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승용차 이용자들이 줄어든 비율을 지금 대중교통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대중교통 분담률 괜찮아


수단분담률과 수송분담률
교통수단별 비율을 이야기할 때 흔히 수단분담률과 수송분담률 두 가지를 많이 이야기한다. 두 가지는 종종 섞여서 사용되는데, 전혀 다른 개념이다.

수단분담률은 이동거리를 뺀 교통수단별 이용률이며, 수송분담률은 이동거리를 더한 교통수단별 이용률이다. 즉 한 사람이 하루 동안 자전거 버스 전철을 한 번씩 이용했다면 수단분담률은 똑같이 33%가 된다.

하지만 수송분담률이 되면 이동거리를 곱하기 때문에 차이가 나며, 이동거리가 짧은 자전거의 경우 수송분담률은 많이 떨어진다.

수송분담률은 전국을 대상으로 한 장거리 교통수단을 말할 때, 수단분담률은 도시 내 단거리 교통수단을 말할 때 주로 사용한다.

2005년 기준 서울시 버스와 지하철 수단분담률은 각각 29%, 36%다. 더하면 65% 정도 된다. 승용차 비율은 26% 정도다. 다른 선진국과 비교해볼 때 수단분담률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다.

지금 프랑스 파리의 대중교통(지하철+버스) 수단분담률은 60%, 승용차는 36%다. 모범적이라고 하는 영국 런던 대중교통 분담률도 54.1% 정도다. 캐나다 밴쿠버는 2007년 현재 대중교통 수송분담률이 11.5%에 불과하다.

우리나라가 유럽 국가들에 비해 대중교통/승용차 분담률 수치가 결코 나쁘지 않은데, 교통상황이 나쁜 이유가 무엇일까. 여기에 '차 없는 날'에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이유가 숨어 있다.

목영만 서울시 맑은서울추진본부장은 "승용차의 수송분담률은 26%에 불과하지만 도로점유율이 80%에 달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수단분담률에서 한 꺼풀 더 벗겨봐야 제대로 된 교통 실태를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는 중대형차 비율이 무척 높은 편이다. 서울시가 올해 1월 밝힌 시 등록 자동차 통계에 따르면 2000cc 이상 대형 승용차 비율이 전체의 25.7%(58만1323대)다. 800cc미만 경차 비율 3.9%(8만7333대)의 여섯 배가 넘는다.

산업연구원이 2006년에 내놓은 1500cc 이하 경·소형차 소비 비중은 11.5%다. 일본(61.2%), 이탈리아(55.3%), 영국(52.1%)의 5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즉 우리나라의 승용차 수단분담률 26%는 유럽 기준에 비춰보면 50% 정도 되는 셈이다.

a  이날 그동안 자동차가 달리던 거리에선 각종 이벤트가 열렸다.

이날 그동안 자동차가 달리던 거리에선 각종 이벤트가 열렸다. ⓒ 김대홍

또 다른 문제는 나홀로 차량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다. 녹색교통운동이 8월 총 4일간 서울 16개 지점에서 출근시간대(7:30-8:30) 승용차 운행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79.5%가 나홀로 차량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 조사와 비교할 때, 전체 교통량 중 승용차비율이 5.4% 줄어들었지만, 나홀로 승용차는 오히려 0.9% 늘어났다.

2-3명이 써야 할 공간을 단 한 명이 쓴다는 점에서 역시 수단분담률 두 세 배 곱하기 효과가 있다. 게다가 우리나라 승용차는 이동거리도 긴 편이다.

승용차 수단분담률을 무조건 줄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치는 낮춰지는데, 효과는 거의 없는 '속 빈 강정'일 수 있다. 승용차 이용을 친환경에 걸맞게 바꾸어야 한다.

올해 2월 '서울환경연합 서울CO2위원회' 창립기념 심포지엄에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최진석 박사가 "자동차 대수, 자전거 대수라는 막연한 수치 대신 자동차 이동거리, 자전거 이동거리라는 실질적인 잣대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말은 그런 점에서 새겨볼 말이다.

승용차 이용자를 고스란히 대중교통이 받아들이는 것도 한계가 있다. 지금 대중교통 수단분담률도 꽤 높은 편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자전거를 대중교통의 한 축으로 받아들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세계적인 녹색교통 도시인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1976년 대중교통의 수단분담률이 22%에 불과했다. 하지만 당시 자전거수단분담률이 18%에 이르렀다. 1991년 개인차량 수단분담률은 60%에서 47%로 떨어졌고, 대중교통과 자전거 수단분담률은 각각 26%, 27%로 높아졌다. 개인차량에서 빠진 사람을 대중교통과 자전거가 적절하게 받아들였음을 알 수 있다.

자전거가 대중교통의 한 축이 돼야 '차 없는 날' 행사 때 버스와 전철이 미어터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차 없는 날'이라는 모순된 이름 대신 '승용차 없는 날' 또는 '대중교통 타는 날' 등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분명히 차에 포함되는 버스와 자전거 통행을 허용한 데 비춰보면 '차 없는 날'의 모순은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a  이벤트가 시작되기 전 텅빈 종로 거리.

이벤트가 시작되기 전 텅빈 종로 거리. ⓒ 김대홍


#차없는날 #대중교통 #승용차 #수단분담률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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