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격이 커질수록 거리는 멀어지고 거리가 멀수록 색다름은 더해진다.
제정길
7월의 마지막 며칠이 벽에 걸려 더위에 숨이 막혀 대롱거리는 날, 우리는 헌 위치와 새 위치 사이의 거리(距離)를 찾아 거리(街路)로 나섰다. 하늘은 찌뿌드드하게 흐렸고 아침은 아직 마을에까지 충분히 도달하지 못하였는데, 새크라멘토 거리는 온통 출근하는 차들로 벌써부터 붐비었다.
개개의 차들은 개개의 위치를 찾아 거리를 달렸다. 함께 모여 같은 방향으로 잠시 가기도 하지만 그들이 목적하는 위치는 각기 다르기에, 어느 순간 헤어지고 다시 만난 차들과 또 같이 달린다.
옐로스톤(YellowStone) 국립공원을 찾아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그 거리의 방대함 때문에 몇 번이고 숙고를 거듭했어나 결국은 이 방법, 차로 그 거리를 밟아 없애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 거리를 지우는 데는 꼬박 하루하고도 한나절이 필요하다.
지금 오전 7시에 출발을 하면 내일 정오를 지나서야 그 위치에 도달할 것이다. 장장 1500km의 거리다. 거리는 고통이고 또한 마약이다. 거리에 중독되면 더 많은 거리를 습관적으로 받아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