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우성아파트 부녀회원과 주민 10여 명이 아파트 정문에서 관악푸르지오아파트 아이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김주현
아파트 부녀회가 초등학생들이 등교를 하며 떠든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통학로를 폐쇄하는 일이 발생했다.
문제가 일어난 곳은 서울 관악구 봉천동의 우성아파트(10개동 2314세대, 99년 12월 준공). 이 아파트 부녀회는 인근 봉천초등학교가 개학한 지 3일째인 지난달 29일, 이 학교 초등학생 약 800명이 통학로로 이용하는 우성아파트 후문을 폐쇄했다. "초등학생들이 통학을 하며 소란스럽고 아파트 시설을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우성아파트 부녀회가 모든 학생들의 출입을 막는 건 아니다. 자신들 아파트에 사는 370여 명의 봉천초등학교 학생들은 선별해서 무사히 통과시킨다. 그러나 바로 길 맞은편 관악푸르지오아파트(22개동 2496세대, 2003년 12월 준공)에 살고 있는 400여 명의 학생들은 '통행불가'다.
남의 집 앞마당 지나는 것 자체가 나쁜 짓?우성아파트 부녀회는 관악푸르지오에 살고 있는 초등학생들이 자신들 아파트 단지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직접 '보초'를 서기도 한다. 지난 1일, 우성아파트 부녀회원 10여 명은 마스크로 자신들의 얼굴을 가린 채 아파트 정문에서 관악푸르지오아파트 아이들의 출입을 막았다.
이들은 "이웃에게 고통 그만!" "(아파트) 후문은 통학문이 아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기도 했다. 많은 초등학생들과 다른 지역 주민들은 이 광경을 말없이 지켜봤다. 이때 양쪽 주민들의 충돌을 우려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우성아파트 부녀회의 등굣길 폐쇄로 인해 현재 관악푸르지오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봉천시장을 거쳐 약 30분 정도 걸어 등교를 하고 있다. 우성아파트 후문을 통하면 10분이면 등교가 가능하다. 부녀회의 후문 폐쇄로 아이들은 등하교에 3배 더 많은 시간을 들이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