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제작자 김경훈 예감 대표.
오마이뉴스 안홍기
- 경영과 창작 중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가는지?"솔직히 마음은 창작 쪽에 많은데요, 환경이 그렇게 만들어주지 않아요(웃음)."
- 제작자로서 하는 역할은?"프로듀서의 여러 역할 중 저는 전반적이고 총괄적인 걸 진행하죠. 특히 작품에선 작품의 정체성 부분, 작품이 어떤 요소를 갖춰 어떤 시장에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첫 번째 단추는 꼭 낍니다. 다른 부분은 전문가들이 붙어야 되거든요. 작품의 정체성 규정만큼은 목숨을 걸고 관여해요. 작품이 하루를 살더라도 영광스럽게 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규정하기 때문이죠."
- 경영자로서 예감을 어떤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가 있다면?"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경제적인 부분들을 놓칠 수는 없을 거 같아요. <점프>를 시작하면서 했던 생각 중 하나가 '최고의 부자 배우들이 가장 많은 극단을 만들어보자'였거든요. 따라서 첫 번째로는 함께하는 친구들이 빨리 경제적으로 윤택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두 번째는 세계 최고의 선진화된 공연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는 거죠. 시스템을 완벽하게 갖춰야만 어떤 환경에서든 견뎌내고 좋은 창작품이 나올 수 있거든요. 마지막으론 저희가 더 성장했을 때 얻을 경제적 이윤이 투자자에게도 많이 돌아갔으면 좋겠고, 또 주위 환경과 어울려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부분까지 갈 수 있다면 행복하지 않을까 생각해요(예감은 창단 초기부터 1% 나눔운동을 실천하고 있다)."
- 예감 나름으로 차별화된 창작시스템이 있다면?
"가칭 크리에이티브 팀을 운영하고 있어요. 작품이 한번 (무대에) 올라가면 연출이 빠지는 경우도 있는데 저희는 크리에이터를 지속적으로 운영하고 있어요. 총감독, 상임연출, 연출, 조연출, 이런 인력들이 <점프>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들까지도 환기시킬 수 있는 크리에이티브 역량을 접목하고 있죠. 이 자체가 저희의 R&D 분야라고 봐요. 또 몸을 쓰는 부분이 많다 보니까 팀닥터 선생님을 따로 두고 있어요. 국가대표 축구선수단에 전문 닥터가 붙듯이 <점프> 팀에 전담 의사 선생님 3분이 계시거든요. 이분들이 배우들의 신체 관리, 트레이닝 등 여러 지원을 하고 있죠. 또 별도로 대학로 사무실에 창작개발팀을 둬서 지속적으로 새로운 작품에 관한 부분을 고민하고 있구요."
나아가 12월 현재 입주하고 있는 건물 내 1개 층에 트레이닝센터를 마련할 계획이다. 트레이닝센터에선 배우들의 연습과 교육 등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다. "그동안 막 달려오면서 축적된 부분을 체계화하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죠. 앞으로 저희뿐만 아니라 누구라도 창작을 하는 데서 다음 세대를 열 수 있는 하나의 중요한 기초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어요."
"이제 갓 유치원을 졸업했을 뿐"지난 6월 최정화 외국어대 교수는 <엔젤 아우라>(중앙북스)란 책에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등 전 세계 각 분야별로 성공한 리더 31명을 소개하며, 김경훈 대표를 특히 '문화지수'가 높은 리더로 꼽았다.
- 30대의 성공한 CEO로서 부담감을 느끼지는 않는지?"(웃음, 얼굴까지 붉어졌다)… 질문이 좀… 말씀해주신 건 감사한데…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구요. 사무실이 좀 좋아진 건 있지만(웃음), 활동하는 데 별로 달라진 건 없어요. 아직 성공한 건 절대 아니죠. 엄밀하게 보면 이제 예감이라는 회사가 유치원을 졸업한 거겠죠. 초등학교 입학하고, 잘해보려고 지금 발버둥을 치고 있는 거죠. 메이저급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고 봤을 때 저희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너무 멀죠. 많이 이뤄낸 것도 사실이긴 하지만, 다른 시각으로 보면 사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거든요. 아마 라스베이거스까지 진출하고 해외 프로덕션만 6개 이상 구축한다든가, 차기 작품과 차차기 작품까지도 런칭한다든가, 국내에서 극장들을 좀 더 확보한다든가, 이 정도가 됐을 때 뭔가 좀 이뤘구나 생각할 수 있겠죠."
단순히 욕심만이 아니다. 실제로 그것을 위한 계획을 하나하나 진행하고 있다. 올해 10월 <점프> 오프브로드웨이 진출, 12월 <피크닉> 전용관 오픈, 2008년 부산과 중국 베이징에 전용관 오픈, 2009년 일본과 영국 웨스트엔드에 전용관 오픈, 그리고 2010년 <점프>의 대형 업그레이드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마샬아츠2(가제)' 초연, 라스베이거스 입성….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 개인적인 희망이나 꿈은 무엇인가요?"고등학교 때까지는 시인이 되는 게 꿈이었는데 워낙 글에 소질이 없어서…. 올해 초 라스베이거스에서 '태양의 서커스' <카(KA)>를 보고 있다가 너무 낙담을 했어요. 내가 죽기 전에 저런 작품을 만들 수 있을까. 너무나도 상상을 초월하는 거예요. 갑자기 공연을 하기 싫어졌어요. 조금 회복 기간을 거치며 들었던 생각이, 그 작품으로 사람들이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감, 만족감을 안고 돌아가고, 실제 그 반향이 어마어마하잖아요, 죽기 전에 정말 그런 후세에 남길 만한 작품을 한국사람이 만들었노라고, 저희가 만들든, 저희가 못 만든다면 그런 작품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는 거였죠. 한국이 남긴 세계적인 유산이 많겠지만 공연작품 중에서도 뭔가 있기를 바라고, 그런 작품에 기여할 수 있었으면 하는 소망이 있어요."
이미 준비했던 질문은 끝마쳤지만, 그의 말에 용기를 내어 <점프>를 보며 아쉬웠던 점을 솔직히 털어놓았다.
- <점프>와 '태양의 서커스' <퀴담>을 보면 차이가 느껴지는 게 사실입니다. <점프>도 재미는 있지만 <퀴담>과 같은 감동은 안 느껴지거든요. '몸개그' 같다고 해야 할까요?"차이야 굉장하죠. 그러니까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은 거죠. <점프>는 원래 웃기려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야 있겠지만, 그건 변명이죠. 관객에게 감동을 주고 다시 그 감동을 끌어내는 게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아직 많이 미약하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그렇기에 또 '으쌰 으쌰' 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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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서커스' 꿈을 향해 '점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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