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전화 112신고 체계에 구멍 뚫렸다

"시민들이 가장 위급할 때 가까이 있다고 믿었던 경찰 신뢰 무너졌다"

등록 2007.09.07 08:43수정 2007.09.07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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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시 평촌에 자리한 안양경찰서 전경 ⓒ 안양시청


시민들은 치안이나 방범, 교통 등 긴급 위급 사고가 발생할 경우 누구나 긴급전화 112를 눌러 도움을 청한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가장 위급할 때 가까이 있다고 믿었던 112 신고체제에 헛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양시가 발행하는 '우리안양' 명예기자로 활동하는 김모 주부는 지난 4일 14시경 아파트 지하 주차장 계단에서 급우를 괴롭히는 여중생들을 보고 차마 그 자리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 경찰 신고를 위해 핸드폰으로 112를 눌렀지만 연결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민들이 가장 위급할 때 가까이 있다고 믿었던 112였는데...

김 기자는 5일 전화통화에서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에서 '112경찰로 연결합니다.' 신호음만 가고 그냥 끊어지길 5차례나 반복됐다"며 "시민들이 가장 위급할 때 가까이 있다고 믿었던 112였기에, 뭐가 문제인지 신고체제에 대한 의혹을 떨칠 수가 없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결국 김 기자는 17시 15분경 핸드폰을 들고 안양경찰서 민원실을 찾고 그곳에서 지령실과 전화 연결을 통해 본인의 휴대폰 번호를 말했지만 기록이 없다는 말만 반복하고 왜 그러냐는 말에 '그건 답변할 문제가 아닙니다'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더욱이 "그럼 지금 통화하신 분 성함 좀 말씀해 주세요"란 말에 통화를 했던 지령실 근무 경찰관은 "그럼 끊겠습니다"라는 말 이후 '딸깍' 수화기 놓는 소리만 들려와 그렇게 믿었던 경찰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허탈한 심정을 감출수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김 기자는 "답답해서 찾아간 경찰서에서 민원인에게 어찌 경찰관은 이름조차 밝힐 수 없는지 당혹스러웠다"며 "대체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것인지 궁금증 확인을 위해 다시 민원실로 경무계 등을 찾았으나 역시 같은 답변에 허탈하긴 마찬가지였다"는 것이다.


김모 기자 말에 따르면 민원실 한 경찰관이 "전화 3대중에 1대는 113간첩신고고 112 신고는 2대로 연결된 18개 회선에서 과천·의왕·군포·안양까지 통화되는 것만 뜬다. 향후 112통합센터가 생길 거다. 궁금하면 경기경찰청 생활안전계로 물어보라" 했다는 것이다.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 5건의 기록 흔적조차 없다


또한 "본인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건 5건의 기록은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면서 "그렇다면 112 지령실이 통화중일 때 긴급한 시민의 안전이 어찌 보장되느냐"고 반문했다.
김 기자는 결국 다음날인 5일, 경기경찰청 생활안전계로 전화를 걸어 확인에 나섰다.

경기청 관계자는 "낮 2시면 신고가 많지 않은 시각이고 거의 그런 일은 없다. 경기청은 33개 경찰서 별로 신고센터체제로 운영된다. 핸드폰은 기지국 문제가 있다. 벨이 울린다고 기록이 남는 게 아니라, 지령실에서 수화기를 들었을 때 기록이 남는다"고 말했다.

또 "안양은 월 평균 8천~9천 건으로 신고가 많다. 경기경찰청은 서울청에 비해 인력이나 순찰차가 미미한 수준으로 앞으로 통합지령실체제를 추진 중에 있다"고 전달했다.

김 기자는 "시민이 위급할 때 현행 체제라면 신변을 보호받을 수 있는 아무런 보호막이 없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세상이 갑자기 무서워졌다"며 "경찰서에서 '인력과 예산부족'을 내세우는데, 이 문제는 어서 빨리 해결해야 될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고 말하고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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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경찰서 홈페이지의 경찰서비스헌장 ⓒ 인터넷화면캡처


112 통합센터 전까지 현시스템으로는 어쩔수 없다

이와 관련 안양경찰서 지령실의 김영제 상황실장은 전화통화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전화를 끊은 근무자는 김모 경사라고 밝히고 바쁜 업무로 생긴 일이다"고 해명했다.

이어 김 실장은 "안양경찰서 상황실 전화회선은 18회선에 1일 평균 500여건의 전화가 걸려오는 상황에서 낮시간 근무자가 2명, 전화가 많은 밤시간에도 3명에 불과해 먼저 걸려온 통화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벨이 울려도 바로 응대를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가정이나 직장등 일반전화에서 112를 걸 때 해당 지역 경찰서로 연결되지만 핸드폰의 경우 기지국에서 가장 가까운 경찰서로 연결되고 지령실에서 근무자가 일단 수화기를 들어야만 해당 기록이 남게 되는 점은 현 시스템상으로 어쩔 수가 없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현재 경기지방청에서 112 통합센터를 준비중으로 그 전까지는 이같은 문제가 계속 발생해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인 점을 이해해달라"며 그렇지 않아도 통화연결이 안돼 경찰서로 찾아오는 민원인들로 고충과 불이익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안양경찰서 홈페이지에는 민원인을 맞이하는 자세에서 "벨소리가 3회 이상 울리기 전에 신속히 받아 '감사합니다. ○○과 ○○○입니다'라고 먼저 인사를 드리겠습니다"고 명시히고 이같은 서비스 이행기준을 "성실히 실천해 갈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병렬 기자는 안양지역시민연대 대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안양 #안양경찰서 #112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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