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두언 의원.정두언 의원.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러나 이명박 대선준비팀은 초선의 정두언 의원이 팀장을 맡게 되며 중진은 물론이고 초·재선 의원들이 설 자리마저 없어졌다. '친이명박' 성향의 한 의원은 "지난 대선에서 중앙당에 매머드급 선거조직을 만들었더니 의원들이 후보 곁을 서로 떠나지 않아 지역의 선거운동이 안 돌아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후보가 중진 의원들에게 '지역에서 열심히 뛰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준 게 아니냐"고 풀이했다.
반면, 당내 경선에서 활약했다가 '2선 후퇴' 의사를 내비쳤던 주호영 의원(후보 비서실장)과 박형준 의원도 각각 비서실 부실장과 대변인에 중용됐다. 정두언 의원까지 포함해 측근 3인방이 이 후보의 주변에 다시 뭉친 셈이다.
경선을 위해 뛴 조직을 거의 그대로 당에 접목시킨 듯한 인선에도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다. 영남의 한 중진의원은 "경선과 달리 본선은 한나라당에 반대하는 유권자까지도 설득하는 캠페인이다. 아마추어 조직으로 재미 좀 봤다고 공조직을 무시하면 되겠냐"고 푸념했다.
대선기획단 내부에서도 의원들의 동요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선기획단의 핵심 관계자는 "정당 조직이 만만한 곳이 아닌데, 후보가 현명한 선택을 했는지 모르겠다. 선대위를 구성할 때는 (이번과) 좀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기획단의 주류가 물러나고 비주류가 부상한 것도 2007년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2002년에는 김무성 의원이 대선기획단 간사를 맡고 유승민 의원이 후보의 '막후 책사'를 맡았는데, 이들은 2007년 경선 과정에서 '친박근혜' 색깔을 드러내며 대선준비팀 인선에서 자연스럽게 배제됐다. 반면, 2002년 대선기획단의 비주류였던 이재오 최고위원은 자신의 측근 이방호·정두언 의원을 대선조직의 전면에 세우는 데 성공했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97년 당내 경선이 끝난 후 반대파 의원들을 대선기획단에 대거 포함시키는 등 화합의 모양새를 내려고 했지만, 이인제 의원이 탈당하는 등 '화학적 결합'에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이회창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화합'보다 '효율'을 선택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낳을 법하다.
진수희 "박근혜는 전통적 보수세력... 당과 국민은 '비주류' 이명박 선택"'친이' 성향의 차명진 의원은 "이명박 후보가 진정한 국민후보가 되기 위해서는 화합보다는 개혁에 힘을 쏟아야 한다. 이 후보에 반대했던 사람들과 화합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이명박 대통령'의 당위성에 동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역시 '친이' 성향으로 분류되는 진수희 의원이 5일 이 후보의 경선 승리를 전통적 보수세력에 대한 비주류의 승리로 규정하는 글을 발표한 것도 당내 갈등이 한층 증폭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와 이를 지지하는 세력은 대한민국 건국이후 근대화를 이끌어온 사람들과 그 후손들로서 전통적 보수세력을 대변한다. 그러나 이명박 후보와 이를 지지하는 세력은 근대화이후의 상대적으로 다양한 경력을 가진 사람들로서 보수세력 안에서도 비주류에 위치해왔다. 이번 경선에서 당과 국민은 보수세력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며 비주류세력이 지지하는 후보를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했다.... (중략) 보수세력의 자기 혁신능력 부족이라는 현실 앞에서 이명박 후보와 이를 지지하는 세력의 한나라당 주류 진입은 한나라당과 보수세력의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새롭고 강력한 힘이다."'친박' 성향의 이규택 의원은 이에 대해 "박근혜 의원이 대표 시절에 자신의 계보를 두지도 않았고, 이재오 원내대표·이방호 정책위의장과도 손발을 맞춰 일을 잘 했다. 지금에 와서 자기들이 당내 경선에서 이겼다고 상대방을 '패배한 주류'로 비하해서야 되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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