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시민 후보 지지를 접습니다

'원조 유빠'의 마지막 충언

등록 2007.09.06 18:05수정 2007.09.06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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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가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 헌법개정추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개헌안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가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 헌법개정추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개헌안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시민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가 6일 국회 정론관에서 "차기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직속 헌법개정추진위원회(가칭)를 설치해 개헌안 발의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유시민 후보의 오랜 팬으로서 마지막 충언을 드리기 위해 이 글을 씁니다.

 

유시민 후보는 정계에 입문하고 수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짧지만 개혁국민정당 시절에는 개혁당원이라는 이름의 1만 기간당원들과 함께 했고 열린우리당에서는 실용보다는 개혁을 지지하는 개혁성향의 지지자들과 정치적 여정을 같이 했습니다.

 

개혁당내에서도 열린우리당내에서도 '골수유빠'를 자처했던 나는 이제 유빠 자리를 다른 분들에게 내놓고 유시민 지지를 접고자 합니다. 우리의 길다면 길었던 동지관계도 이제 끝내야 할때가 된듯 합니다. 그동안 못한 말씀을 이제야 드리게 됐습니다.

 

유시민 후보는 정치를 시작하기 전 칼럼니스트 시절에 당시 자유기업원 원장이었던 공병호씨에게 '사이비 자유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자유주의자를 참칭하지 말라고 충고한 적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는 자유주의와는 다르다는 것이 유시민후보의 논지였지요.

 

같은 논지로 나는 유시민후보에게 더이상 자유주의자를 참칭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유시민 후보의 '선진국가통상론', '사회투자국가론'은 신자유주의적인 발상으로 인간보다는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최근 유시민 후보가 공약으로 내세운 '새만금 레저 파라다이스 건설계획'에 따르면 골프장 100개 규모를 건설한다고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선진국가통상론', '사회투자국가론'중 어느 곳에 속하는지 묻고 싶습니다.

 

골프장 100개 건설공약은 대운하건설공약 만큼이나 대다수 국민들과는 관련 없는 '자본의 논리'에 충실한 정책입니다. 지금까지 지켜봤지만 유시민 후보는 '사회투자국가론'에 부합하는 정책이라고는 '공수부대를 동원한 멧돼지 사냥', '보건지소에 목욕탕 설치' 등에 불과한 듯 합니다. 유시민 후보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 본 사실은 그렇습니다.

 

나는 2003년 논란이 되었던 이라크 파병에 찬성했습니다. 좌파적 입장에서야 찬성하면 안되지만 노무현을 지지하고 선거운동까지 비밀리에 했던 사람으로서 찬성 할 수 밖에 없는 사안이었습니다. 그런데 유시민 후보는 처음에 반대를 하시더군요. 그리고서 찬성으로 바꾸셨죠. 밀어붙이는 노무현 대통령도 이해하고 반대하는 유시민 후보도 이해하고 지지자로서 어려운 시절이었습니다.

 

그때는 개혁당이 아직 존재하던 시절이었구요. 당시 <오마이뉴스> 톱기사로 올랐던 분이 경상북도 영덕에 살던 개혁당원이었는데 그때 기사내용이 '나는 영덕에 사는 장애인이다. 정부보조금을 받아 살지만 노무현을 믿고 후원금을 10여만원 냈다. 이라크 파병을 하는 노무현을 더이상 지지하지 않는다. 내 후원금을 돌려달라'였습니다.

 

기자는 당시 개혁당 홈페이지에서 그 영덕에 사는 개혁당원과 논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랬던 그분이 지금은 유시민 후보 지지사이트인 시민광장에서 열성적으로 활동하고 계시더군요. 참으로 아이러니입니다. 5년간 참여정부를 외면하던 영덕에 사는 개혁당원은 유시민 후보를 지지하고 5년간 참여정부에 협력적이었던 기자는 이제 지지를 접게 됐으니 말입니다.

 

그 후에도 유시민 후보의 행보는 이해하는데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이 있었습니다. 장복심 의원이던가요. 국회 보사위원 시절에 유시민 후보가 100만원의 후원금을 장복심 의원에게 받았다는 보도에 대해 '의원들끼리 그정도는 주고 받는거 아닌가?' 하는 해명도 그렇습니다.

 

장복심 의원은 전국구입니다. 유시민후보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에도 후원금 금액이 최고에 달하는 분이지요. 그렇다면 굳이 두분이 후원금을 주고 받아야 하는 관계입니까? 그뿐 아닙니다. 서프라이지 전 대표 서영석씨 부인의 교수청탁에 대해서도 '교수될려고 여기저기 전화하는거 당연한거 아닌가'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신자유주의자로의 변신... 지금이라도 '왼쪽 깜빡이'를 켜라

 

당시 지지자들이 유시민 후보에 대해서 많은 것을 참고 견뎠습니다. 그냥 언론의 과장보도겠거니, 하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유시민 후보는 그 도를 점점 더해갔습니다.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있을때도 그렇습니다. 노무현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고 싶다고 하더니만 국민연금법 개정무산을 이유로 장관직을 사임했습니다. 그때도 노대통령이 사임을 만류했느니 아니라느니 말이 많았습니다.

 

연초에는 장관으로서 '한나라당 집권 가능성이 99퍼센트인데 한나라당 집권해도 나라 안 망한다'는 말을 하더니만 이제는 대통령 후보로 나서고 있습니다. 알려진 사실만 나열해도 그렇습니다.

 

정치인은 말이 중요합니다. 정동영 후보가 2004년총선에서 '노인들은 집에 계셔도 괜찮다'는 말 한마디로 당의장을 사퇴했지요. 그런 논리라면 유시민후보는 장관 임기와 한나라당, 대선출마여부에 있어 모두 식언을 한 것이 됩니다.

 

결정적으로 유시민 후보에 대한 지지를 접게 된것은 한미FTA등 신자유주의적인 정책에 인한 것입니다. 정계에 입문하기전에는 공병호 원장의 신자유주의정책을 노골적으로 비난하던 분이 이제는 재벌도 놀랄 '선진통상국가론'을 양대공약으로 들고 나오니 말입니다.

 

'한미FTA찬성→선진통상국가론→골프장100개건설→멧돼지공약'으로 이어지는 거시 미시적인 유시민 후보의 정책은 더이상 자유주의적이지도 좌파적이지도 않습니다. 그것은 제3의 길도 아니고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자본의 논리에 따른 천민자본주의적 정책일뿐입니다.

 

청와대에 입성하기전 '서민의 눈물'을 닦아주겠다던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거시지표는 괜찮다'는 말씀만 하고 계십니다. 참여정부의 정통성을 계승하겠다는 유시민 후보는 '선진통상국가'를 말씀하고 계십니다.

 

선진통상국가로 국가경제의 거시지표는 좋아질지 몰라도 서민들의 생활은 궁핍에 궁핍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대학을 못가는 젊은이들은 거리를 방황하고 있고 필요하지도 않은 영어공부를 하느라 가계는 파탄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돈이 없어서 가난한게 아니고 정신이 가난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십분의일 이십분의 일밖에 안되는 일인당 국민소득을 가진 나라들이 행복만족도는 훨씬 높습니다.

 

대한민국의 소비수준은 이미 세계최고 수준에 올라와 있습니다. 모든 국민이 재벌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지도자는 분명하게 지적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더 많은 소비, 더 많은 재산을 향한 이 끝없는 경쟁을 이제는 끝을 내야 합니다. 이제라도 좌측 깜빡이를 켜십시오. 이것이 유빠로서 마지막 드리는 충언입니다.

 

나는 2002년 국민경선 대선 내내 내가 운영하던 식당입구에 당시 노무현 후보의 '이민가지 마세요 노짱이 있잖아요'라는 스티커를 붙여놓았습니다. 여기는 "노빠의 집입니다"하는 표식이었지요. 현재 강남에서 조그만 IT관련 업체에서 중간관리자로 일하고 있지만 대한민국의 앞날에는 무척 회의적입니다. 빠른 시일내에 이민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2007.09.06 18:05ⓒ 2007 OhmyNews
#한미FTA찬성 #노무현 #유시민 #신자유주의 #이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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