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밀꽃하얀 꽃에 붉은 꽃술이 매혹적이다.
김민수
<메밀꽃 필 무렵>의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봉평장의 파장 무렵 조선달에 이끌려 충주집을 찾은 허생원은 나이가 어린 장돌뱅이 동이를 만난다. 대낮부터 충주집과 짓거리를 벌이는 동이가 미워 따귀를 올린다. 나귀에 짐을 싣고 달밤에 다음 장터로 떠나는 길, 그들이 가는 길가에는 달빛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소금이 뿌린 듯 피어난 메밀꽃의 정경에 취해 허생원은 옛 이야기를 꺼낸다.
성 서방네 처녀와의 첫날밤이자 마지막 밤을 보낸 봉평, 그때부터 허생원은 반평생을 두고 봉평에 다니게 되었다. 이야기 끝에 동이가 편모와 살고 있음을 알게 되고, 그의 어머니 고향이 봉평임을 알게 된다. 동이와 제천으로 가는 허생원은 동이가 자기처럼 왼손잡이임을 알게 된다.
이효석은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달빛 은은한 밤에 보는 메밀꽃밭의 정경을 표현했다.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달빛이 밝은 가을 밤, 찬바람이 휑한 마음에 풀벌레들이 울어대는 소리를 듣다 보면 옛 생각이 나지 않을까?
그 첫날밤이자 마지막 밤에 성 서방네 처녀가 아기를 가졌다면 동이 나이쯤 되었을 터인데 하필이면 허 생원과 같은 왼손잡이다. 이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나고 이후의 상상은 독자들에게 맡겨 버린다. 동이가 허생원의 아들일까,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