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잎전
맛객
박 익는 계절이다. 마침 지인이 박잎과 박 한 통을 보내왔다. 정성껏 조리해 먹는 걸로 고마운 말을 대신해야겠다. 박잎으로는 전을 부쳤다. 밀가루 반죽에 잘게 썬 양파, 당근 등을 넣고 박잎에 옷을 입혀 부쳤다. 첫잎에 쩍 들어 안기는 맛은 아니지만 먹을수록 입맛을 끌어 당긴다. 혀가 낙지의 움직임과 같은 부드러움을 알아챈다.
박나물에서는 아련함이랄까? 어떤 연민의 정이 느껴진다. 아마도 입에 풀칠 걱정해야 하는 서민의 음식이라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먹을 것 없던 그 시절, 박 한통으로 찬을 낸 소박한 밥상을 대했던 가족에 대한 연민일 수도 있겠다.
박나물은 조리에 교를 부리지 않아야 한다. 소금과 참기름만으로 만들어 먹었던 선인들의 조리법이 온갖 꾸밈이 난무하는 요즘 음식에 시사하는 건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