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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고생이라는 것 창피하지 않은데" 동호공고생들은 말한다 "학교의 주인은 나" ⓒ 황승민
경기여고-이화여대. 흔히 '장관 사모님 라인'으로 불리는 학력 코스입니다.
에둘러 가지 않겠습니다. 저는 서울 강남에서 자랐고 경기여고를 졸업해 지금은 이화여대에 다니고 있습니다. 세상의 말대로라면 '사모님 코스'를 밟고 있는 셈이지요.
고등학생 시절, 동문회 행사가 있는 날이면 검은 세단과 '사모님'을 기다리는 운전기사들로 바다를 이루던 운동장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물론 그 대단했다던 '대한민국 여성 엘리트 양성소'의 위세는 지금 예전만 못합니다. 하지만 많은 어른들은 여전히 저의 고등학교 이력을 들으면 "공부 잘 했나보다"라며 칭찬을 하기도 합니다. 또 반대로 "이대? 시집 잘 가려고 간 대학이구만"이란 비아냥거림도 많이 지긋지긋하게 듣는 것도 현실입니다.
그래요, 저 경기여고 나와서 이화여대 다닙니다
행복에 겨운 말이라고 저를 욕할 수도 있겠지만, 제가 살아왔고 지금 살고있는 이력이 때로 부담이 되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 인턴을 하던 지난 여름 한 선배는 제게 이런 농담을 던졌습니다. "야, 넌 그냥 학교 졸업하고 대기업이나 취직하지 그래?" 이 말은 저에게 적지 않은 아픔으로 작용했습니다.
취재 현장에서도 종종 난처했습니다. 뉴코아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취재할 때, 몇몇 노조원들은 저에게 살갑게 "집이 어디에요?"라고 물었습니다. 그 때마다 저는 시원하게 대답을 할 수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