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
동호공고
"그렇게 초등학교가 필요하다면 아파트를 제거하고 초등학교를 지으시지요. 너무 현실성이 없는 얘긴가요? 동호공고가 당신들의 욕심 때문에 없어져야 하는 것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지요. 공고가 있는 걸 알고 입주하신 분들이 이러시면 곤란하지요." 지난 8월 29일 <오마이뉴스>를 통해 처음 보도된 '동호정보공업고등학교 폐교 위기' 기사는 많은 논란을 불러왔다. 멀쩡한 학교가 주민들의 민원으로 폐교된다는 상황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위의 글은 한 동호공고 학생이 기사에 단 댓글이다.
이처럼 많은 네티즌은 동호공고의 폐교는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몇몇 네티즌은 기자에게 직접 쪽지를 보내 "어떻게 초등학교 설립을 이유로 멀쩡한 학교를 폐교시킬 수 있는가"라며 후속 취재를 주문했다.
물론 남산타운아파트 주민들에게 거센 항의도 받았다. "자식을 먼 초등학교에 보내는 부모의 심정을 아느냐" "동호공고 폐교가 아닌 초등학교 설립을 요구했을 뿐"이라며 다시 취재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폐교반대"를 요청하는 쪽이나 "억울하다"는 주민들 모두 후속 취재를 부탁한 것이다. 그래서 남산타운아파트부터 동호공고, 그리고 교육청과 구청을 다시 돌아봤다. 그리고 동호공고 '왕따'의 역사를 확인했다.
공고 왕따시킨 주민-교육청-정치인동호공고 폐교 위기는 "초등학교를 세워달라"는 남산타운아파트 주민들의 민원이 발단이다. 이 민원은 2004년 10월 5일 서울시교육청 국정감사에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때 동호공고 폐교 논의가 처음 시작된 셈이다.
당시 김영숙 한나라당 의원은 "남산타운아파트 5000세대 지역에 초등학교가 없어 민원이 아주 대단하다"며 "이 단지에는 초등학교가 설립됐어야 함에도 업계와 행정기관이 학교 부지를 확보하지 못했다"며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에게 대책을 물었다.
이에 공 교육감은 "학교 용지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적절한 부지가 없다"며 "인근의 동호공고를 이전하고 그 부지에 인문계 고교와 초등학교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동호공고는 옮기고 그 자리에 인문계 고등학교를 세운다는 점이다.
공 교육감의 발언 후 서울 중구 국회의원이자 남산타운아파트 주민이었던 박성범 한나라당 의원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namsantown21.com)에 "교육감이 동호공고를 이전하고 그 자리에 초등학교와 인문계고 각각 24학급을 신설한다고 약속했다, 이 문제는 시행만 남겨두고 있다"는 글을 남겼다.
이후 <문화일보>는 2004년 10월 11일자 29면 인물란에 남산타운아파트 주민의 말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동호정보고교가 다른 곳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초등학교와 인문계 고교가 들어서기로 확정돼 동네가 축제분위기." 학교부지로 부적합하니 초등학교 세운다?이와 같이 서울시교육청 수장인 교육감은 인문계고와 초등학교의 공존 가능성을 이야기했다. 서울시 중부교육청도 당시 대안으로 ▲동호공고 한 쪽에 초등학교를 설치한다 ▲동호공고를 이전하고 인문계와 초등학교를 짓는다는 두 가지 안을 제시했다.
즉 교육감은 물론이고 관할 교육청도 현 동호공고 부지에 학교를 두 개 지을 수 있다고 인정한 셈이다. 현재 동호공고 교직원들도 "폐교하지 말고 초등학교를 지어서 함께 사용하자"며 "그렇게 되면 남산타운아파트 주민들의 민원도 해결되는 게 아니냐"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오직 '동호공고 폐교 아현산업정보학교 폐교, (가칭)서울방송문화고등학교 신설'만을 고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