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민주노총 사무실에서 '허세욱 열사 장례비 관련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오마이뉴스 안윤학
"민주노총이 지난 4월 한미FTA 반대시위 중에 분신해 보름 만에 숨진 택시기사 허세욱씨의 병원비를 모금해 놓고도 4개월 넘게 병원에 내지 않고 있다. 민주노총은 당초 '수술비를 포함해 수술에 대한 일체의 책임을 지겠다'는 각서까지 병원에 써 줬다. 민노총은 병원비 모금을 벌여 7200만원을 모았다. 그래 놓고는 이제 와 '허씨 가족이 사회장을 치르지자는 민노총과 민노당 말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돈을 못 주겠다'고 하고 있다. 모금액 중 500만원은 어디 썼는지도 모르게 없어졌다고 한다."
<조선일보>의 3일치 사설 '민노총, 열사 싫다는 유족들 돈으로 보복하나' 중 일부다.
<조선>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유가족을 대신해 허씨의 병원비를 내겠다고 약속하고서는 지금에 와 발뺌을 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은 병원비 모금액 중 일부를 '횡령'한 파렴치한이다. 사실일까?
이같은 <조선>의 보도에 민주노총·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등으로 구성된 '허세욱열사장례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정확한 사실관계를 은폐한 채 치료비 지급을 하지 않았다는 사실만 과장 보도한 악의적 왜곡"이라며 발끈하고 나섰다. 이와 관련해 대책위는 3일 서울 영등포구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사무실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책위는 지난 4월 18일 한미FTA 반대를 외치며 분신자살한 허세욱씨의 장례식을 '한미FTA 민족민주 노동열사장'으로 치렀다. 앞서 허씨는 4월 1일 한미FTA 협상장이었던 하얏트 호텔 부근에서 몸에 불을 붙였고 보름만인 15일 숨을 거뒀다.
민주노총 "허씨 병원비 내라고? 허씨 죽음도 몰랐다" <조선> 사설의 핵심은 "민주노총이 애초 약속과 달리 병원비를 내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조선>은 '민주노총이 왜 병원비를 내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에 대해 대책위는 ▲가족(형제)이 허씨의 치료를 거부한 점 ▲허씨가 입원했던 한강성심병원 측이 대책위를 배제한 채 치료 및 장례를 치른 점 ▲이 두 가지를 볼 때 허씨의 치료를 위해 모금한 돈을 허씨 추모사업에 사용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점 등을 이유로 "병원비를 납부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책위 기자회견문에서 "허씨가 화상이 심해 피부이식 수술 등 치료가 절박함에도 허씨의 형제들은 치료를 거부했다"면서 "대책위가 허씨의 치료는 물론 이후 생활까지 감당할 것을 결의하고 병원 측에 각서를 제시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대책위가 병원 측에 낸 각서는 "허씨의 치료를 포함한 이후 발생할 사안에 대해 모두 책임질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책위는 '병원비 미납'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하면서도 "한강성심병원 측이 대책위에 환자의 상태 및 치료 경과를 알려주는 것이 당연함에도 '책임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였다"고 주장했다. 대책위가 허씨의 가족을 대신해 사실상 '보호자'가 됐음에도 병원 측이 대책위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말이다.
대책위는 "병원 측은 대책위가 환자의 상태를 알려고 수시로 노력했음에도 중환자실 면회조차 거부했다"면서 "병원 앞 농성장에 대책위 관계자들이 있었음에도 허씨의 죽음을 알리지도 않았다"고 뒷받침했다.
이어 대책위는 "허씨가 죽은 뒤 그의 시신을 병원 밖으로 빼돌려 하루 만에 화장했다"면서 "당시 형제들은 민주노총 등 각 사회단체들의 조문조차 받지 않았다"고 병원 측과 허씨의 가족을 겨냥했다.
결국 대책위가 허씨의 치료비 및 생활비를 감당하려 했지만, 허씨가 죽음에 이르는 과정에서 대책위가 철저히 배제되는 상황이 연출됐다는 얘기다. 대책위는 "병원 측이 가족의 역할을 자임한 대책위에 허씨의 치료과정·사망경위에 대해 알리고 대책을 함께 세워야 했다"고 강조했다.
"<조선>, 왜곡보도로 허세욱 두 번 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