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길'로 정평이 나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장대비가 쏟아지는 날이지만 그 아름다움에는 변함이 없다.
이돈삼
아이들은 자동차의 뒷좌석에 앉아서 쉴 새 없이 떠들었습니다. 여름방학 때 수영장과 해수욕장에 갔었던 이야기며, 방학숙제 이야기, 친구들 이야기 등으로 화제를 옮겨갔습니다. 혜주가 수영장에서 물미끄럼틀을 타다가 "물을 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슬비가 "그런데 가서 물을 먹는 것도 재미"라고 했습니다. '슬비가 놀 줄을 아는 아이구나'하는 생각을 새삼 했습니다.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아이들의 수다는 끝이 없었습니다. 귀가 놀랄 정도로 웃기도 하고 펄쩍펄쩍 뛰고 간질이고 법석이었습니다. 마치 수다의 진수를 보는 듯했습니다. 드라이브 시켜달라고 했으면서 정작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습니다.
창 밖으로 피어 있는 꽃에 대해서 말을 꺼냈더니 생뚱맞다는 표정들이었습니다. 불길한 생각이 든 것은 그 순간이었습니다. 정말이지 처음부터 끝까지 '기사' 역할만 하겠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운전자에 대한 배려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들을 대나무박물관으로 데리고 갔습니다. 이왕 드라이브 나온 것, 아이들한테도 체험꺼리 하나 주는 것도 의미 있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엔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아이들은 금세 저한테 동조를 해주었습니다.
광주에 사는 어린이라면 대나무박물관은 몇 번씩 가봤을 것이기에 바로 죽제품 체험교실로 향했습니다. 혜주나 미정이는 죽제품 체험교실이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체험교실에서는 팔랑개비며 부채, 물총, 연, 활, 단소, 냄비받침대, 열쇠고리, 죽비 등 대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체험은 다 해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