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되었다 석방된 19인이 2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기자회견에 앞서 사과의 뜻으로 인사를 하고 있다.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전문수
피랍자들이, 오늘(2일) 오전 6시 36분에 귀국 했습니다. 일단 고생했다는 것은 사실이니만큼, 가족들과 회포도 풀고 푹 쉬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피랍자 들은 지금, 그 악몽 같은 40여 일이 빨리 잊혀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질 것입니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어쩌면 영원히 잊혀질 수 없는 일인 것은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지금 누리꾼들 여론이 장난이 아닙니다.
심지어는 "계란·토마토 등 던질 것들이 다양하다“는 이야기까지 오갑니다. 물론, 설마 하니 경찰이나 공항 경비대, 취재진들이 북적일 인천국제공항까지 가서 그런 행동을 할 사람들은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오간다는 것은 무엇이겠습니까? 누리꾼들은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아마, 빨리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누리꾼들이 제기하는 '의혹'이 너무 많기 때문이며, 우리 정부의 발표와 외신 보도가 다른 경우도 많았고, 가슴 졸였을 피랍자 가족들의 발언이 오히려 누리꾼들을 더욱 분노를 부추기는 일도 있었습니다.
누리꾼들은 왜 '분노'했으며, 그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무엇일까요? 그들을 위해서라도, 분노의 원인과 의혹은 공개적으로 제기돼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누리꾼, 언론에 대한 분노<오마이뉴스> 이병선 기자의 '피말리는 '아프간 피랍' 취재, 그 아쉬움과 한계'라는 기사를 보면, 언론이 왜 그렇게 ‘무기력’했는지 잘 알 수 있었을 것입니다.
일단, 외신보도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습니다. 납치 사건 발생 직후, '우리 정부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비자 발급 중지를 요청했으며, 들어갈 수 있는 루트도 원천봉쇄했다'고 합니다.
이병선 기자는 추가로, '정부의 방침을 거역하고 아프간에 들어간다 해도 정작 협상이 벌어지고 있는 가즈니주에는 도저히 접근할 수 없고, 수도 카불의 호텔방에 틀어박혀 현지인을 고용해 수집한 단편적 정보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상황'이었다고 말합니다.
이병선 기자는, 기사를 통해 '보도행위 자체가 협상과정에 이용되며, 협상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었다'는 것을 비교적 진솔하고 담담하게 밝혔습니다. '탈레반의 세계 언론을 향한 언론플레이를 봉쇄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언론에 '사실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던 경우도 빈번했다'고 하는군요.
아마, 많은 국민들이 이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병선 기자도 한 가지 놓친 것이 있습니다. 국민이 언론에 '분노'한 이유는 정작 따로 있었습니다.
탈레반은 지난 1일 아프간 이슬라믹 프레스(AIP)를 통해 발표한 한국인 인질사태 관련 성명에서 "우리의 행동은 미국이 아프간 국민에게 자행하고 있는 야만적 행위에 대한 반작용"이라며 "한국 정부는 200명의 군대를 아프간에 파견해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작전을 돕고 있다. 가장 위험했던 것은 피랍됐던 23명의 한국인들이 아프간에 기독교 선교 목적으로 왔다는 것. 아프간 사람들은 죽을지언정 종교를 바꾸지는 않는다"라고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애초에, 언론과 샘물교회 측은 피랍자 들의 정체에 대해 '의료봉사단'이라고 밝혔지만, 이를 믿는 국민들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을 믿기엔, 우리 국민들은 '한국식 선교'의 일상적인 폭력을 너무 많이 경험해 뚜렷하게 알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제 추측으로는, 의료봉사단이라는 보도 역시 우리 정부의 협상 전략 차원에서 제시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탈레반 역시 닳고 닳았습니다. 인질을 석방하는 그날까지, '선교단'이라는 것을 성명을 통해 밝히고 있습니다. 부수적인 요소지만, 통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게다가, 언론의 보도 방향은 여전히 피랍자들에게 우호적인 편이라는 누리꾼들의 판단도 언론에 대한 분노의 이유 중 하나일 것입니다. 언론이야 당연히 그런 보도 방향을 견지해야만 합니다만, 아쉽게도 누리꾼들은 이제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 경향이 강합니다.
특히나, 누리꾼들로서는 분노 여론이 대다수라고 판단했음에도 그 여론이 보도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피랍자들은 앞으로도 힘든 시간을 보낼 것이라는 생각부터 들게 되더군요.
납치 정황, 피랍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