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 낚시 온 관광객이 매머드를 그린 바위그림 위에 분필 칠을 하며 자상하게 설명해주었다. 설명은 고마웠으나, 더없이 소중한 유산이 방치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했다.서부원
일본인들이 자신들의 뿌리를 찾아 이곳에 오듯, 아직은 극소수이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문화의 원류를 느껴보고자 이곳을 찾습니다. 같은 문양의 바위그림이 지천이고, 똑같지는 않지만 온돌과 유사한 난방시설도 보이며, 젓가락, 바구니 등의 생활 용구와 샤머니즘의 신앙 형태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를 떠올리게 하는 것들이 무척 많습니다.
가만히 보면 이것들은 우리'만'의 특징이 아닌 일본과 중국, 러시아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정도로 보자면 그들 중에 일본 홋카이도(北海島) 지역의 전통문화와 가까운 것들도 있고, 중국 헤이룽쟝성(黑龍江省) 지역 소수 민족의 습속과 같은 것도 있으며, 우리나라의 고유 풍습에 들어맞는 것도 있습니다.
현재 '혈통'과 '민족'의 잣대로, 또 '국가'와 '국경'의 개념을 들이민 채 제 좋을 대로 해석하려니 무리가 따르는 것이지, 어쩌면 이곳에서 살았고, 또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잔잔한 연못에 돌멩이를 던지는 격이요, 쓸모없이 헛심만 쓰는 꼴입니다.
단지 '물이 검다'는 있는 그대로의 느낌을 표현한 강 이름이 나라마다 아무르강으로, 헤이룽쟝으로, 또 하라무렌으로 불리고, 또 서로에게 자기 식대로 부르라고 강요하지 않는 것처럼, 이곳에 남아 있는 옛 사람들의 자취가 후세인들의 아전인수(我田引水)식 잣대로 재단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외려 유물 속에서 찾아낸 더 많은 공통점을 부각시켜 다른 나라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발판으로 삼는 것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르강은 예나 지금이나 유유히 흐른다
내일이면 하바롭스크 근처에서 아무르강을 건너 중국에 발을 딛게 됩니다. 고작 강 하나를 건너는 일이지만 국경을 넘는다는 이유로 수많은 검열과 감시의 눈빛이 따를 겁니다. 강 가운데에 국경선이 그어지기 전까지는 아무렇지도 않게 오갔을 나나이족이 지금은 한쪽은 러시아인으로, 또 다른 한쪽은 중국인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아무르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유유히 흐르지만, 강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지켜내지는 못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뒤돌아본 아무르강은 슬프도록 까맸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것으로 러시아 연해주 답사기 연재를 마치고, 다음 편부터는 할빈(合爾濱)을 시작으로 중국 동북3성 답사기 (9)편이 이어집니다.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사)동북아평화연대에서 주관하는 연해주-동북3성 답사를 다녀온 후 정리한 기록입니다. 제 홈페이지(http://by0211.x-y.net)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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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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