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교실에서 공부한다. 할머니 컴퓨터 배우기.김치민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는 컴퓨터. 손자 녀석들은 할머니 집에 컴퓨터가 없으면 왔다가도 금방 가자고 보챈다. 가끔 아들 집에 가도 컴퓨터 앞에 쪼그리고 앉아 할머니의 구수한 이야기를 들어주지도 않는다. 손자 녀석들을 만나면 주둥이에 달고 다니는 소리가 컴퓨터 이야기뿐이다. 할머니와 놀아주지 않는다고 아빠에게 야단이라도 듣고 나면 다가와 컴퓨터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아들을 둔 윤 할머니(65)는 컴퓨터가 더 없이 고맙지만 컴퓨터 때문에 애타기 일쑤다. 지난해 아들이 다니러 와 컴퓨터에 눈알(카메라)을 달고 화면에 요상한 그림을 그려 놓았다. 그것만 누르면 된다기에 눌렀더니 손자 얼굴이 보여 신기했다. 서로 이야기도 했다.
약속된 날에 다시 전기 꽂고 그 그림을 눌렀는데도 잘 보이던 손자 녀석도 보이지 않고 말소리도 없어 애가 탄다. 학교 선생님을 몇 번 불러 부탁하기도 했다. 처음 몇 번은 참으로 컴퓨터가 신통한 기계라는 생각을 했지만 신주단지 모시듯 해도 말썽꾸러기 손자 녀석과 한가지다. 선생님들이 몇 번 또닥거리면 또 손자가 보이고 며느리가 보인다. 도통 모를 일이다.
컴퓨터를 배우러 학교에 가다
학교에서 동네 사람에게 컴퓨터를 가르쳐준다고 이장이 방송을 한다. 늙은 할머니도 된다고 한다. 어린 시절 그렇게 다니고 싶었던 학교다. 초등학교 다닐 때는 '공부 잘한다'는 소리도 들었지만 줄줄이 동생들을 돌보아야 했기에 중학교도 못 다녔다. 깊이 숨었던 못 배운 한이 고개를 든다. 공짜로 학교에서 가르쳐준다는데 해보자는 생각에 옆집 할머니들과 덜컥 신청했다.
전남 여수시 화태도 화태초등학교(교장 김진오)에서는 여름 방학 동안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화태도 지역민을 대상으로 8월 27일부터 일주일 동안 '즐거운 컴퓨터 배우기' 과정을 개설했다. '컴퓨터 활용 능력을 길러 자기표현의 기회를 확대하고, 건전한 취미와 소질을 살려 자기 학습 능력을 함양하도록 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생활을 질을 높이자'는 의도이다.
초등 2·3학년 복식학급을 담당하는 배정미 선생님이 강사로 나섰다. 배우는 내용은 윈도우 기초, 한글기초, 인터넷 기초 등으로 구성하였다. 안내장이 나가고 이장님의 마을 방송 후 할머니 3분과 학부모 5명 등 총 8명이 신청하였다. 할머니 세 분은 왕초보 반으로 오전에 편성하고, 젊은 학부모 다섯 분은 오후 기초반으로 편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