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들의 '황금송'정애자
아침마다 황금알을 낳던 동네 암닭들 다 어디 갔나?
대낮의 그것도 도심의 시골 장터에서 듣는 닭울음 소리는, 마치 그 옛날 동학민들의 외침처럼 새벽을 기다리는 소리처럼 한꺼번에 이것저것 떠올리는 소리다.
시대는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서민들은 그 옛날 백성들처럼 세상을 이끌어가는 관리들이나 또 정치를 하는 사람들에게 어쩔 수 없는 불만을 갖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세상 구석구석 다 살펴서 잘 다스릴 수 없는 것이 정치의 한계이지만, 이 세상의 구석구석 너무 힘들게 살아가는 서민들이 많기에 이번 선거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닭이 홰치는 새벽을 기다리는 마음과 다르지 않는 것이다.
어릴 적 외할머니는 뒤뜰에 토끼나 닭을 키우셨다. 그 닭은 어떻게나 신기하게 새벽 4시에 딱 맞추어 우는지, 할머니의 기상은 언제나 새벽 4시였다. 때문에 우리 식구의 아침은 어찌나 신 새벽에 일어나야 했던지, 어린 우리 남매들은 새벽 4시에 우는 닭을 정말 미워해서, 어떻게든 그 닭이 울지 못하게 할 연구를 했지만, 끝내 뽀쪽한 방법을 찾지 못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미운 닭이 아침마다 서너 개씩 달걀을 선물했던 턱에 언제나 우리 남매들은 도시락에 계란말이를 넣어 갈 수 있었다. 생각하면 암탉은 고마운 신의 선물이다. 무엇하나 버릴 것이 없는 암탉은 더욱더 말이다. 누가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는지 모르지만.
눈부신 여명을 다시 기다리며
김알지 신화에서 나라를 통치할 인물이 탄생했음을 알리는, 흰 닭은 빛의 상징으로서, 자연 상태의 사회에서, 국가적 체계를 갖춘 단계의 예고였다면, 옛 프랑스에서의 수탉은 자부심의 상징이며, 국가의 표상이었다. 그래서 화폐에 수탉의 문양을 새겨 놓았다.
닭은 주역의 팔괘에서 손(巽)에 해당한다. 손의 방위는 남동쪽으로, 여명이 시작되는 곳이다. 그래서 닭을 상서로운 동물로 간주하여 금계라는 신비로운 동물까지 탄생시켰다.
어쨌거나 닭은 울음으로써 새벽을 알리는, 빛의 도래를 알리는 존재이다. 하물며 인간인 우리는 새 새벽에 새 시대를 이끌어나갈 빛의 도래를 알릴, 새 인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우려야 할 것이다. 저 대낮 닭울음 소리에서 천지간의 이치를 깨우친 '서산대사'처럼 맑은 마음의 귀로, 우리의 새 시대를 이끌어 갈, 인물들의 '황금송'에 귀를 활짝 열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 중에 뽑힌 한 사람은 이 빛의 전령사처럼, 이 세상 어두운 구석을 낱낱이 밝음 속으로 끌어내야 할 것이다. 한 사람의 국민은 모두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는 것이다. 국민이 한 사람의 목소리가, 바로 국민을 대표하는 목소리라는 것도 말이다.
가슴 두근거리는 여명을 알리는 황금송이, 저 광야에서 조선 광복을 외치는, 새벽 닭울음 소리처럼 기다려진다.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이육사의 시 '광야(曠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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