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완벽한 이웃과 살고 계십니까?

미스터리와 멜로 적절한 조화를 이룬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등록 2007.08.31 10:06수정 2007.08.31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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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이웃이 무엇일까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 SBS

요즘 세상에 완벽한 이웃은 무엇일까? 사실 언제부턴가 이웃에 누가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도무지 관심 없다. 헌데 드라마 속에서 이러한 이웃들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SBS 드라마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이 인기리에 방송 중이다.

얼마 전 상대 방송사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을 시청률에서 이기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비록 시청률 20%를 넘지는 못했지만 꽤나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가 보여주는 완벽한 이웃은 무엇일까?

사실상 아직 정확한 정답은 나오지 않았다. 다만, 완벽한 이웃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희망 정도는 비쳐지고 있다. 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 'J'건설 사택. 그곳에 모여 사는 이웃들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들 속에서 빚어지는 에피소드를 보여주고 있다.

작은 공동체의 서열화

우선 드라마의 배경인 사택을 보자. 일단 어느 정도 중산층 가정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 집들은 저마다 전원주택처럼 예쁘고, 규모는 조금씩 다르지만 저마다 꽤나 멋들어진 집이다. 거기에 정원은 누가 가꾸었는지 보기 좋게 꾸며져 있다. 게다가 마을 이름은 '행복마을'이다. 이처럼 겉으로 봤을 땐 제목처럼 완벽한 이웃들이 모여 사는 듯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자. 집의 모양을 떠나 조금씩 평수가 다르다. 그것은 회사 내에 일하는 가족들의 서열에 따라 평수가 다른 것이다. 즉, 겉으로는 온화하고, 평온해 보이지만 사회의 치열한 구조가 가정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증거이다.

거기에 저마다 이웃끼리 요즘 세상에 이런 이웃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친하다. 극중에서도 "우리 마을은 이웃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있을 정도"라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언뜻 보면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저 사택이라는 공간의 제약으로 인해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친한 척'하는 것일 뿐이다.

서열에 따라 집의 평수가 달라지다 보니 그것이 가정에서까지 이어져 서로 서로가 그저 그렇게 서로 친한 척하며 사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측면에서 바라 볼 때 이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오히려 어느 드라마보다도 현실적이다.

정원에 모여 제 집 일처럼 서로 걱정해 주고, 옛날처럼 먹을 것 하나라도 나눠주는 모습을 보여줘도 이들이 정말 친한지는 정확하게 말할 수 없는 부분이다. 특히 '행복 마을'은 오히려 반어적인 표현으로 들려서 왠지 씁쓸한 현실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행복이란 이름의 이중성

이렇듯 드라마 속 인물들은 저마다 친한 이웃이지만 사실은 행복의 이중성을 스스로 교묘하게 이용하는 것이다. 사실 행복이란 것은 원하는 만큼 보여주고 원하지 않는 것을 보여주지 않아야 보장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즉, 이웃은 서로 친밀하고 정을 교감한 이웃처럼 보이지만 결국 스스로 원하는 것만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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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사랑을 보여주지만 그 사랑을 이웃의 속사정을 보여주는 통로가 된다. ⓒ SBS

그 이유는 완벽한 이웃처럼 보이는 이들 가정을 속속들이 들여다 보면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저마다 각자 사정이 있지만 그것을 보여주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속사정들이 하나씩 벗겨지고 있어 완벽한 이웃의 균형이 서서히 깨지기 시작했다.

늘 남편에게 무시를 당하던 임산부는 알고 보니 수찬(김승우)을 스토킹 중이었고, 새로 이사 온 남자(박광수)는 아내(안성영)를 의심하는 의처증을 앓고 있다. 또한 사택의 절대 강자 사장(정동환)은 아내(서권순)를 무시하고, 둘째 딸 혜미(민지혜)는 유산의 경험을 숨기고 있고, 전 애인의 죽음을 방관하기도 한 경험이 있다.

여기에 이웃은 아니지만 수찬의 첫사랑 연수연(장혜숙)이 살해당한다. 수찬이 살인자로 오해를 받기도 해 일순간 마을이 쑥대밭이 되기도 한다. 이처럼 <완벽한 이웃...>은 속사정과 살인 등으로 균형이 깨지고 미스터리 구조로 풀어낸다. 그래서 <위험한 주부들>과 비슷한 구조를 띠고 있다. 행복의 이중성을 교묘하게 이용한 미스터리는 드라마의 재미에 열쇠를 쥐고 있을 만큼 절대적인 영향력을 보인다.

이와 함께 역시 만국의 공통어 '사랑'이 드라마에서 빠지지 않는다. 수찬, 윤희(배두나), 준석(박시후)의 삼각관계, 미희(김성경)와 덕길(손현주)의 로맨스가 펼쳐져 재미를 더해준다. 그런데 보통 미스터리 구조에서 사랑이 각 집의 사정을 드러내는 통로가 되는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사랑'도 그러한 속사정을 표출하는 통로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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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이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니 집집마다 속사정이 숨어있다. ⓒ SBS

드라마는 미스터리와 멜로를 적절히 조화시키며 청춘 남녀의 사랑을 그려내고 이웃들의 관계를 적절하게 보여줘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이 무엇인지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그것이 비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더욱더 호응을 받고 있다.

미스터리 구조가 다소 비현실적으로 느껴질지 모르지만 살인도, 사랑도 백주 대낮에 벌어진다는 점에서 이 드라마는 현실적이며, 우리의 이웃을 한 번쯤 돌아보게끔 하는 이유 모를 섬뜩함을 느끼게 한다.
#드라마 #완벽한이웃을만나는법 #이웃 #행복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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