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산유적 전경. 항공사진을 찍은 것으로서 정지산유적의 모든 모습이 한 눈에 보인다. 건물지의 배치 및 발굴 당시의 상황을 잘 알 수 있다.문화재청
정지산 유적에 가게 된 계기도 사실 우연이라고 하겠다. 지금으로부터 한 2달 전쯤에 후배 2명과 함께 공주를 찾았었다. 공주의 여러 유적을 보여주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선배로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고 한 것이었다.
그런데 하필 그날따라 비가 내려서 답사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래서 우린 우선 국립공주박물관으로 갔고, 그곳에서 유물들을 살펴보았다. 유물을 살펴보려고 전시관 내로 들어서자 자원봉사자 아주머니께서 반갑게 맞아주시며 가이드를 해 주시겠다고 하셨다.
처음엔 어차피 후배들에게 간단하게 알려주러 왔고, 또 나도 약간의 상식이 있어 유물을 살펴보는 데에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정중히 거절하였다. 그러자 그분도 '그냥 편하게 이야기하는 식으로서 유물을 같이 살펴보자'라는 식으로 하자고 하여, 결국 같이 3시간 동안 박물관을 둘러보았다.
같이 유물을 보면서 서로 의견을 말하면서 관람을 하다가 우연히 정지산 유적에 대한 말이 나왔다. 정지산 유적의 존재에 대해서는 기자도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게 도대체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르던 상황이었다. 대충 발굴 당시의 상황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어서 약간의 짐작만 할 뿐이었는데, 문득 그 자원봉사자 분께서 위치를 안다고 하였다. 다만 그곳으로 가는 길은 생각보다도 조금 힘들었다.
우리는 송산리고분군으로 갔고, 그곳에서 관람을 한 후 잠시 고민에 빠졌다. 비가 오다 보니 날씨도 추적추적 해서 솔직히 숲 속을 헤쳐나가고 싶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래도 후배들은 예전부터 책에서나 보았던 유적을 갈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고, 선배 된 입장에서도 그러한 후배들의 심정을 마냥 모른 척할 수는 없었다.
결국 우리는 숲을 헤쳐나가기로 하였다. 작은길이 있긴 하였으나 군데군데 묘지 쪽으로 빠지기도 하고 여러 갈래의 길이 있어 잘못 들어서기도 하였다. 한참을 걸어나가도 유적지라고 볼만 한 곳은 보이지 않고, 그런다고 정확한 위치를 아는 것도 아니라 솔직히 당황스럽기도 하였다.
약간의 공간이 있어 그곳이 정지산 유적이 아닌가란 추측을 하기도 하였다. 정지산은 생각보다도 높은 산이 아니기에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그곳에서 보이는 것은 잘잘한 조선시대 후기나 일제 강점기 때의 것으로 보이는 옹기파편 정도여서 그냥 경작하지 않는 밭 정도로만 생각되었다. 그리고 한 곳은 나무들이 빼곡히 있어 발굴한 지 그렇게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도 않고, 발굴현장을 그런 식으로 보존하는 경우는 없다는 생각에 유적이 아니라고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