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카라 페와호수조태용
새로운 곳에 가면 그 땅과 자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한가 보다. 포카라에 도착해서 페와호수가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근사하게 저녁식사를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복통이 시작한다. 곧이어 예정된 스케줄처럼 식은땀이 줄줄 흐른다.
여행의 어려움 중 하나가 아픈 것이 아닐까? 인도에서는 더운 날씨 때문에 맥이 빠져 있었는데 네팔에 도착하자마자 이번엔 배탈이 났다. 결국 포카라에서의 분위기 있는 첫날을 기대했건만 도착하자마자 침대에 쓰러져버렸다. 아내는 포카라 시내를 구경한다면서 밖으로 나간다는데 그 소리가 귀에 아른거릴 뿐 명쾌하게 들리지 않는다.
나 밖에 나. 갔. 다. 올. 깨...
아련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와 함께 깊은 잠에 빠져든다.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몸은 어제보다 좋아진 것 같은데 여전히 많이 무겁고 처져 있다. 아내는 아직 잠에 빠져있다.
몸은 좋지 않은데 이열치열이라고 운동복을 챙겨 호수 주변에서 조깅을 했다. 여행을 하다 보니 6년 동안 매일 했던 조깅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아픈 것일까? 가끔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마다 그런 생각도 했었다. 오랜만에 운동화에 신발끈을 다시 조이고 거리로 나서 보는데 다리에 힘이 없다. 밤새 몸살을 해댔으니 몸에 힘이 남아있을 리 없다.
그래도 페와호수를 달려보고 싶다는 욕망이 꿈틀거린다. 어제 도착한 반대방향을 뛰기 시작했다. 도착한 곳이 시내 중심이니 반대로 가야 조용하게 달릴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호수 주변의 상가들은 이른 시간이라 아직 문을 열지 않았다. 거리에는 트래킹을 하러 가는 여행자들이 투어버스와 대절 택시를 타기 위해 서성인다.
"나도 내일이면, 저렇게 서성거리면 산으로 떠나겠지."
그들은 보고 있으니 설렌다. 호수 주변엔 환전을 할 수 있는 은행과 등산장비 대여점, 식당과 숙소. 여행사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어 트래커들에게는 천국이라 할 수 있다.
페와호수는 히말라야 산맥의 중서부 지역 마차푸레와 안나푸르나에서 발원한 계곡물이 고인 호수다. 들어오는 물은 있어도 나가는 물이 없다는 신비의 호수라고 하는데 나가는 물은 모두 지하수로 흘러간다고 한다. 들어온 곳은 반드시 나가는 곳이 있게 마련인데 페와호수는 나가는 모습을 숨겨버렸다. 페와호수엔 날씨가 좋은 날은 안나푸르나의 설산이 호수에 비친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절경은 나에게 허락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