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기자까지 선거인단 등록... 민주신당, '동원경선' 논란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 도용 논란일 듯

등록 2007.08.30 12:53수정 2007.08.30 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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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맹찬형 류지복 기자 =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선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불거졌던 `유령등록' 등 부정 대리접수를 둘러싼 논란이 전수조사 과정에서 일부 실체를 드러냄에 따라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민주신당 선거인단으로 등록하기 위해서는 성명 뿐만 아니라 주민등록번호를 뒷자리까지 제출하도록 돼있어 경선후보 캠프들이 경쟁적으로 선거인단 확보에 나서면서 본인의 동의절차 없이 민감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논란도 제기될 전망이다.

민주신당은 지난 21일부터 26일까지 경선 선거인단에 등록한 96만여명에 대해 28,29일 이틀 동안 자동전화시스템(ACS)을 이용해 본인의 등록 의사를 확인하는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이 과정에서 선거인단에 등록한 적이 없는 몇몇 당 출입기자에게 확인전화가 걸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동아일보는 지난 29일 오후 1시께 선거인단에 등록한 적이 없는 자사 기자에게 민주신당 국민경선위의 전수조사 번호(02-3780-8888)가 찍힌 확인전화가 걸려왔다고 30일자 신문에 보도했고, 인터넷 매체인 `프리존뉴스'도 동아일보 기자와 똑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정당 출입기자는 당에 출입기자 등록을 할 때 성명, 전화번호, 주민번호, 주소, 학력 등을 제출하게 되는데 이 같은 개인정보가 선거인단 대리접수 과정에서 도용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또 전북 전주시 생활체육협의회 사무실에서는 특정 후보 선거사무실의 전화번호가 적혀있는 민주신당 국민경선 선거인단 참가신청서가 무더기로 발견돼 국가예산 지원을 받는 단체가 특정 경선후보를 조직적으로 지원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선거인단 대리접수 허용의 문제점을 제기해왔던 이해찬 한명숙 등 친노후보 진영은 "유령 선거인단 동원 의혹의 실체가 드러났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명숙 후보측 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그동안 우려했고 예상했던 문제들이 사실로 확인된 것이며 소위 허수 선거인단이 드러난 과정이라고 본다"며 "이런 일을 교훈 삼아 앞으로 본경선에 대비한 추가 선거인단 모집 과정에서 대리접수에 대한 제한 규정을 확고하게 시행해 국민경선이 유령선거인단 논란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해찬 후보측 관계자도 "이런 문제를 예상해 대리접수에 반대했던 것"이라며 "인터넷 IP를 추적하면 누가 어디서 선거인단을 입력했는 지가 확인이 가능하고, 허위로 한 경우에는 경선위가 고발조치까지 한다고 하니까 확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추미애 후보측 관계자는 "출입기자까지 등록된 것은 말도 안되는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의도적이라기보다는 일괄 접수시키다가 기자단 명단이 같이 들어간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전수조사 방식을 놓고도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조사에 사용된 자동전화 메시지는 `선생님께서는 민주신당 국민경선 선거인단에 참여하셨습니다. 참여하지 않으셨다면 1번을 눌러주세요. 참여하셨다면 수화기를 내려놓으십시오'라는 문구다.

자동전화 기계음에 대한 거부감 때문에 전화를 끊어버리거나, 1번을 누르지 않고 머뭇거리는 경우 전화가 끊기면서 진성 선거인단으로 분류된다.

부정 대리접수 의혹과 전수조사 방식을 놓고 민주신당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는 선거인단에 등록한 적이 없는데 확인전화를 받았다며 항의하거나 전수조사 방식이 잘못됐다고 따지는 글들이 줄을 이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전 후원회장인 이기명씨는 `민주신당 경선, 상식부터 존중해야 한다'는 글을 통해 "지금 민주신당이 믿을 수 있는 것은 동원접수가 아니라 국민의 믿음을 회복하는 것이고, 꼼수가 아니라 당당하게 겨루는 것"이라며 "수백만 명을 동원한들 뭘 할 것이며, 그렇게 해서 후보가 되면 뭘 하겠느냐. 그런 동원 인원은 사상누각이 아니라 공중누각"이라고 개탄했다.

아이디 `전화받은 이'는 "(선거인단에) 신청한 사실도 없는데 어제 내가 민주신당 대선후보자 선정 대상자로 신청됐다는 황당한 전화를 받았고 집사람도 똑같은 전화를 받았다"며 "어떤 경로로 저와 집사람의 전화번호를 알았는 지 답변해달라"고 항의했고, 아이디 `몽상가'는 "전수조사 전화를 받았는데 신청 안했느냐고만 묻고 그냥 끊으면 신청한 것으로 간주한다니 이 무슨 해괴한 검사방법이냐"며 "동원경선을 한 사람을 찾아서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말했다.

mangels@yna.co.kr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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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신당 #동원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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