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자들 김영미 간사.뉴스앤조이 주재일
"헤어지려 할 때 파키스탄 사람들이 아쉬운 점을 토로했어요. 어떤 이야기든 알고 싶은 게 있는데, 우리가 도통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특히 왜 너희의 종교 이야기는 하지 않느냐고. 난 개신교인이지만 평화활동을 할 때는 포교하지 않아요.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런데 그들은 서로 친한 사이라면 서로의 종교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지 않느냐고 서운해 했어요." (김영미)
"저에게는 어떤 분이 이슬람에 관한 책을 선물로 주었어요. 그는 이슬람 밖에서는 자신들을 테러리스트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편견이라고 했어요. 그는 자신이 준 책을 읽고 자신들과 만난 경험을 사람들에게 알려달라고 내게 말했어요." (오승화)
두 평화활동가의 이야기는 선교 자체가 문제거나, 선교를 하려는 자세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 자신이 복음(기쁜 소식)을 전하는 대상에 대한 애정과 관심은 안중에도 없이 그저 소식만 전하려는 방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삶으로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관계가 바뀌면 대화가 달라지는 것을 카불에서 만난 이들과도 경험했다. 평화활동가들이 버미안 지역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오히려 아프간에서 쫓겨나게 되자, 아프간 평화활동 참가자들이 고개를 들지 못하고 계속 미안하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오 간사는 "자기네 잘못도 아닌데 꼭 자기들이 죄를 지은 사람처럼 사과하고 부끄러워했다"고 말했다.
아프간 청년들이 탈레반의 저항 방식에 대해 먼저 비판하고 나섰다면, 미국에서 온 평화활동가는 미국의 횡포가 더 잔인하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탈레반과 미군에 대한 세계의 시선이 편파적임을 고발했다. 탈레반이 자기네 나라 사람들을 도우러 온 외국 손님을 인질로 잡고 죽이기까지 하는 것을 미개하게 보지만, 미군과 나토군이 레이더로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단추를 눌러 민간인을 죽이면 세련되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마침 이들이 토론을 벌이기 며칠 전, 아프간군은 탈레반을 공습했지만 민간인 28명만 죽는 피해를 내고 말았다.
"한국인 인질 한사람 한사람의 생명이 고귀하듯, 어이없게 죽어간 아프간 민간인 28명의 생명도 소중하지 않나요. 그런데 세계는 그들의 죽음을 외면하고 침묵해요. 알자지라 방송만 보도했을 뿐이에요. 아무리 억울함을 호소해도 누구 하나 들어주지 않을 때 그들이 취하는 방식이 극단적인 수밖에 없겠구나 싶었어요. 아프간에서 탈레반을 옹호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이유가 있어요." (오승화)
"평화운동은 어디서부터 해야 한다는 원칙이 없다"
평화활동을 하다보면, 꼭 겸손한 마음으로 서로를 존중하는 이들만 만나는 건 아니다. 낯선 외국인에게 극도로 경계하는 이들 뿐 아니라,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 문화를 강요하고 따라하지 않으면 위협했다.
"가끔 나를 이슬람교도로 개종하려고 애쓰는 사람이 있어요. 나와 친한 사람이 하는 전도는 성의껏 들어주고 싶어요. 꼭 종교를 바꿔야 대화가 성공하는 건 아니지 않아요. 서로 마음이 통하는 사람끼리 나누는 종교 간 대화는 그야말로 평화로워요. 그런데 우위를 점하려는 전도는 그것 자체로 폭력이에요. 친하지도 않는데 나에게 다가와 이슬람식 기도를 강요하는 사람이 있어요. 한 사람은 나에게 알라에게 드리는 기도문을 암송하라고 윽박지르더라고요. 가끔 그런 사람들 있어요. 그들은 사영리(기독교 복음을 네 단계로 축약해 전하는 전도 방식)만 믿으면 구원 받는다고 외치는 기독교인이랑 똑같아요." (김영미)
두 간사는 고지식한 종교인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말했다. 서로의 마음이 확인하는데 뜸이 들 뿐이지, 결국 사람들은 서로 돕고 격려하며 사는 일에 인색하지 않다는 걸 숱하게 경험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가족들에게도 잔소리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지천인데, 꼭 그런 위험한 곳에 가서 활동해야 하느냐고 핀잔을 주는 가족이 있었다. 걱정하는 마음은 고맙게 받았지만, 평화를 이루는데 어디가 먼저여야 한다는 원칙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독교 대안 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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