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한 사람들, 구이린과는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양수오(양삭,陽朔) 시장에서.김향미 & 양학용
"으악! 자기야~!"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통로는 사람들로 가득 차서 발 디딜 틈도 없었다. 수풀을 헤치듯이 인간 장애물을 뚫고 자리를 찾아갔다. 이마에서는 진땀이 흘러내렸다.
'어! 그런데 어찌 된 일이지?' 좌석에는 이미 두 사람이 앉아 있었다. 다시 한 번 번호표를 확인했다. 틀림없이 아내와 내 몫의 자리였다. 비켜달라는 뜻으로 표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무슨 일이람! 두 사람이 막 화를 냈다. 일어나서 소리를 질러댔다.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도 없었다. 그러더니 팔짱을 턱 하니 끼고서 그대로 앉아버렸다. 아내와 나는 영문을 몰라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도대체 우리가 뭘 잘못했지?"
"가만…. 이제 보니 이 사람들 우리가 외국인이라고 우습게 보는 것 아냐?"
그들에게 표를 보자고 했다. 입석이었다. 기가 막혀서. 할 수 없이 나도 째진 눈을 부릅뜨고 인상을 썼다. 어차피 알아듣지도 못할 거 한국말로 나오는 대로 지껄였다.
"당신들 뭐야? 왜 당신들이 화를 내! 화를! 말 못하는 외국인이라고 깔보는 거야? 먼저 앉은 놈이 장땡이라는 거 아냐, 지금!"
그제야 그들은 마지못한 듯이 일어났다. 황당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변의 시선이 몽땅 우리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얼굴들이 하나같이 험상궂게 생겨 먹었다.
"야, 큰일났다! 스물한 시간 동안 잠은 다 잤다. 잘못하다간 짐이 홀라당 없어지게 생겼어!"
"그래, 번갈아 가며 자야겠어. 바싹 긴장하고!"
아내와 난 속삭이듯 말을 주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