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탁 치는 동자승조명자
벌써 가을 냄새를 머금은 듯한 바람이 법당 안을 휘감는다. 이 바람에 한 생각 실려 날려버린다면 내 속에 들끓고 있던 온갖 시름이 한순간에 별 거 아닌 걸로 바뀔지 누가 아는가? 그런데 갑자기 법당 안이 어수선해졌다. 무슨 아이들 목소리가 속닥속닥 들려 눈을 떠봤더니 가사 장삼을 말끔히 차려입은 동자승 다섯 명이 우르르 몰려들어 온 것이었다.
동자승들을 보니 아이들을 유난히 예뻐하시는 주지스님의 웃는 모습이 떠오른다. 마치 개구쟁이 아이들처럼 동자승과 함께 어울려 웃고, 장난치는 주지스님 모습은 아이들에게 다정한 아빠나 삼촌 진배없었다.
IMF가 끝나갈 즈음, 부모와 헤어진 어린 형제를 주지스님이 맡게 된 것이 동자승을 받게 된 최초의 계기였다. 어느 날 선배가 부모님 천도제를 모신다기에 찾아갔더니 주지스님 방에서 4살, 5살짜리 사내아이 둘이 이리 뛰고 저리 뛰며 까불고 있었다.
개구쟁이 머슴아들이 노는 모습이 예뻐 죽겠다는 듯 쳐다보시던 스님이 우리들에게 아이들 사연을 소개해주셨다.
"우리 신도님이 갑자기 저 아이들을 데리고 오셨어. 이웃 집 아이들이라는데 IMF 때문에 저 녀석 아빠가 망해버렸는가 봐. 살 집도 없고, 돈도 못 버니 식구들이 뿔뿔이 흩어질 수밖에…. 그래서 녀석들 아빠한테 그랬어. 기반 잡을 때까지 내가 성심성의껏 저 녀석들 돌 볼 테니까 형편 되면 아이들 찾아가라고 그랬으니까 언젠가 데려가겠지? 하하하."
다음 해도 그 다음 해도 그 녀석들은 그대로 있었다. 녀석들뿐만 아니라 해가 갈수록 꼬마들이 늘어났다. 두 녀석이 잘 크는 것이 입소문 나 처지가 막막한 사람들이 아이들을 안심하고 맡길 수 있겠다 싶어 양육을 부탁하는 사례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주지스님은 아이들을 맡아 키우면서 꼭 승려로 만들겠다는 욕심도 없으신 것 같았다. 어차피 인연 따라 모인 아이들인데 그 인연에 의해 '단기 출가'가 되든지 '장기 출가'가 되든지 아니면 영영 불제자로 남는 출세간으로 가든지 그 모든 것이 '인연법'이 시키는 대로 따르면 된다는 것이었다.
초등학교 꼬맹이부터 제법 의젓한 중학생까지. 가사장삼을 단정하게 걸친 동자승들이 '우란분재'를 준비하겠다고 우왕좌왕 난리다. 어떤 동자승은 경전과 목탁을 앞에 놓고, 제일 큰 형처럼 보이는 동자승은 큰 북 앞에 좌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