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탕이승철
협곡 사이를 흘러내리는 6개의 폭포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높이 15m의 등선폭포를 비롯하여 비선, 승학, 백련, 비룡, 폭포 등이 바로 그것들이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자 역시 작은 폭포아래 다른 것들 보다 조금 넓은 웅덩이가 나타났다. 이곳이 바로 그 유명한 나무꾼과 선녀의 전설이 전해내려 오는 선녀탕이었다.
"여기서 잠깐 쉬어가지."
일행 중 한명이 갑자기 쉬기를 청한다. 입구에서 잠깐 쉬며 간식까지 들고 왔는데 또 쉬자고 하는 걸 보니 몸의 상태가 안 좋은 모양이었다. 그는 8월초부터 보름동안 러시아 여행을 하느라고 그동안 세 번의 등산을 함께 하지 못한 친구였다.
"가슴이 뻐근하고 아픈데 어떡하지?"
역시 그랬다. 매주 한 번씩 하는 등산을 세 번을 빼먹고 3주 만에 하는 등산이 무리가 되었던 모양이다. 조금 고통스러운 표정이다. 더구나 가슴이 아프다는 것은 상당한 위험신호가 아닌가.
다른 일행들은 그럼 그만 올라가고 잠깐 쉬었다가 내려가라고 권했다. 다행이 입구에는 가게들도 많아서 쉬고 있기엔 그다지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도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수긍했다. 당장 병원에 가야할 만큼 급박한 상황은 아닌 것 같았다.
"혼자 기다리려면 몇 시간씩 시간 보내기가 지겨울 테니까 내가 같이 있어줄게."
다른 일행 한명이 동행을 자청하고 나섰다. 그럼 두 사람은 오늘 등산을 포기하고 세 사람만 올라가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작정하고 그곳에서 20여분 동안을 넉넉하게 쉬었다.
"자! 그럼 두 사람은 내려가고 다른 사람들은 올라가도록 하지."
"나도 괜찮을 것 같은데, 속도만 좀 천천히 여유 있게 올라가면,"
그러자 조금 전에 가슴이 아프다던 친구가 같이 올라가겠다고 나선다. 이십여 분 동안의 휴식으로 그의 얼굴표정은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무리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그는 괜찮으니 천천히 함께 가자는 것이었다. 내가 맨 뒤에서 그의 상태를 체크하며 다시 천천히 오르기 시작했다. 계곡을 따라 오르는 길은 흥국사 입구를 지나치자 오른편으로 설치된 계단으로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