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벽에 칠한 벽화가 많이 떨어져나간 대방편불보은경변상.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의 인생사를 유교적 관점에서 묘사한 석각이 석가모니 주변에 조성되었다.모종혁
둔황 막고굴에 버금가는 불교예술의 정화, 다주석각
다주석각은 승려와 일반 불자가 자발적으로 나서 돌을 쪼개 만들었다. 이는 황실에서 후원한 윈강(雲崗)·룽먼(龍門)석굴, 변방지역의 귀족과 토호, 장군이 조성을 주도한 막고굴과 다른 점이다. 예술의 극치인 벽화와 희귀한 문헌자료 면에서는 그것이 쏟아져 나온 막고굴에 비하지 못하나, 다주석각에는 불교 뿐만 아니라 유교·도교를 주제로 한, 심지어 유·불·선 3교 합일을 형상화한 석각까지 존재한다. 이 때문에 '북에는 둔황 막고굴이 남에는 다주석각이 있다'(北有敦煌, 南有大足)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다주석각 가운데 예술적 가치가 가장 뛰어난 바오딩산·베이산·스하오산의 석각은 천여 년 동안의 중국 사회·경제·문화·종교·철학의 발전과 변화를 보여주는 예술품이다. 특히 다주현청 동북쪽에서 15㎞ 지점에 있는 바오딩산석각은 남송시대 밀종(密宗)대사인 조지봉(趙智鳳)이 밀종의 대도량으로 불사를 건립하면서 만들어졌다.
바오딩산석각은 다포완(大佛灣)을 중심으로 좌우 2㎞에 걸쳐 1179년부터 1249년까지, 70년이라는 긴 세월에 걸쳐 조성됐다. 성수사 아래 자리 잡은 석각은 웅대한 규모와 정교한 조각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입구부터 500여m나 이어지는 배치 구조는 한 폭의 입체 그림과 같고, 배수·채광·역학·방충 등의 시설이 주도면밀하게 건설됐다.
중국에서도 몇 개 남지 않은 천수관음상(千手觀音像)을 비롯해 석가열반성적도(釋迦涅槃聖迹圖)·부모은중경변상(父母恩重經變像)·대방변불보은경변상(大方便佛報恩經變相) 등 다포완 계곡을 수놓은 석각 한 존 한 존은 옛 조각가의 심오한 불심과 강인한 예술혼에 의해 정교히 표현됐다. 다주현 내 다른 석각이 그렇듯 바오딩산석각은 석가모니의 가르침 뿐만 아니라 유교 경전의 내용, 도교의 사상 및 철학 등을 내포하고 있다. 이런 다주석각의 조형적 특징은 토착화한 중국불교, 민간종교로 자리 잡은 불교신앙을 대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