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에서 발급하는 방문증명서구현호
북측 CIQ를 통과한 뒤 각 버스마다 북측 안내원 2명씩 앞뒤로 탑승하여 생각보다 친근한 말로 이것저것 설명을 하면서 이내 긴장이 풀리고, 이들도 다 우리와 똑같은 동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논이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 밭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었고 주변에 보이는 산은 거의가 민둥산이라 지난번 수해 때 큰 피해가 있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개성공단을 지나갈 때만 해도 우리 기업들 간판이며 건물들이 북한이라기보단 남한의 어느 중소도시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내 민가가 나오고 시내로 접어들수록 그들의 생활상이 여실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동안 매스컴을 통해 실상을 어느 정도 봐왔지만 차창 밖으로 우리나라 60, 70년대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열악한 생활상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있으면서도 내가 정말 북한이란 곳에 와있는 것인가 실감이 나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반공교육을 통해 '북한사람 = 공산당 = 빨갱이 = 나쁜놈'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세뇌 때문인지 그들은 우리와는 다른, 마치 머리엔 뿔 달린 괴수같을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선입관에 사로잡혔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남한 사람들이 버스로 지나가는 모습을 그들 역시 우리처럼 신기하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고 손을 흔들어 주는 모습에서 그들도 우리와 한 핏줄이요, 동포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러나 간간이 보이는 붉은 글씨의 혁명 표어와 김일성 부자에 대한 찬양 글귀를 보며, 개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들을 지배하는 사상은 역시나 주체사상이며 우리가 현재 있는 곳이 북한임을 상기하게 되었다.
개성은 고려의 수도요, 남한으로 치자면 인천쯤에 해당하는 대도시임에도 남한과의 경제적 발전상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개성이 이럴진대 다른 곳의 모습은 불문가지리라.
분단으로 인한 오랜 단절로 문화적, 언어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긴 했지만 그들은 우리와 말이 통하는, 같은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한민족이라는 사실이 묘한 감흥을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