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렁에 빠진 모토로라, 경영진 퇴진 운동까지

시장점유율 하락과 실적부진으로 경영난 봉착

등록 2007.08.27 13:54수정 2007.08.27 14:05
0
원고료로 응원
올해 IDC의 2분기 매출 실적 집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세계 1위인 노키아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세계 휴대폰 시장 2위 입성이 그리 기쁘지만은 않은 이유는, 삼성의 순위 상승이 자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올해 1분기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2위였던 모토로라의 매출이 20%나 급감하면서 추락하는 바람에 어부지리로 얻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많기 때문이다. 즉 이번 삼성의 세계 휴대폰 시장 2위 입성은 삼성이 영업을 잘해서라기보다는 모토로라가 자사의 히트 상품인 레이저(RAZR) 이후 눈에 띌 만한 후속 모델을 내놓지 못해 고전을 면치 못한 탓이다.

모토로라의 부진은 지난 1분기 영업실적이 발표될 때 감지되기 시작했다.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하던 모토로라가 지난 1분기에 시장 점유율이 22.2%에서 17.5%로 떨어지고 영업실적이 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지난 7월 19일 모토로라는 2분기 영업 실적 발표를 통해 약 3억3200만 달러의 영업 손실이 발생했다고 밝혔는데, 가장 중요한 원인은 휴대폰의 판매량 감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토로라가 지난 2분기 동안 판매한 휴대폰은 모두 3550만 대로 이는 전 분기에 비해 22%나 감소한 판매량이다.

휴대폰 판매량 감소는 결국 매출액 감소로 이어져, 2분기 매출액 역시 전 분기에 비해 21% 줄어든 42억7300만 달러로 나타났다. 모토로라의 2분기 판매 실적은, 역대 최대 판매량을 기록한 작년 4분기 6570만 대에 비해 무려 54%나 줄어든 것으로, 이러한 판매량 감소는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모토로라의 점유율을 지난해 4분기 22.4%에서 13%로 추락시키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레이저 후속모델 크레이저 부진으로 고전

모토로라의 추락은,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단일 모델로서는 역대 최고인 1억 개 판매라는 대기록을 수립한 레이저 이후 이를 대체할 만한 후속 모델을 내놓지 못한데다 아시아, 유럽, 그리고 아프리카 지역의 판매 부진이 심화된 탓으로 분석되고 있다.


모토로라가 레이저의 후속 모델로 선보인 크레이저(KRZR)가 예상과 달리 소비자들의 큰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고, 아시아와 유럽 시장에서 모토로라의 제품이 노키아(Nokia)와 삼성(Samsung), 소니 에릭슨(Sony Ericsson)의 신 모델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모토로라의 부진 행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모토로라의 경쟁업체들은 지난 2분기 동안 일제히 영업 이익을 내면서 부진의 늪에 빠진 모토로라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IDC 조사의 2분기 시장 점유율에서 모토로라를 추월한 삼성은 기존의 프리미엄 전략을 수정하여 중국과 동남아, 남미 등 중저가 시장을 집중 공략한 결과 2분기 동안 휴대폰 3740만 대를 판매, 3500억 원의 영업 이익을 내면서 세계 휴대폰 시장의 13.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니 에릭슨도 뮤직폰 등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 휴대폰 판매 실적이 전 분기에 비해 14.2% 증가한 2490만 대로 집계됐다. LG전자의 휴대폰 판매 실적도 지난 2분기 동안 분기 사상 최고치인 1910만대를 기록했다.

계속되는 실적악화, 최고 경영진 사퇴 압박

경쟁 업체들의 맹렬한 추격으로 부진의 수렁에 빠진 모토로라는 최근 구조조정을 통해 부진의 수렁에서 빠져 나오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6월말까지 3500명의 인원을 구조조정 했다고 한 모토로라는 내년에 4천여 명을 더 구조조정 할 것이라고 밝혀, 구조조정 규모는 7천50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모토로라는 올해 구조조정을 통해 약 4억 달러의 지출이 감소됐다고 밝히고, 내년 구조조정을 통해 지출이 추가로 약 6억 달러 정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자구책에도 불구하고 모토로라가 다시 예전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태다. 많은 휴대폰 시장 분석 전문가들은 모토로라의 추락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은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올 하반기에 모토로라의 영업실적이 약간 호전될 수는 있겠지만, 올해 안에 영업 이익을 내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전망이다.

모토로라에 대한 전문가들의 부정적인 전망과 계속되는 실적 악화는 결국 모토로라의 최고 경영진에 대한 사퇴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2월, 3년 만에 적자를 기록한 책임을 지고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을 총괄해오던 론 게리크(Ron Garriques) 부사장이 전격 사임했다. 세계 휴대폰 시장에 최고의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레이저를 선보이며 스타택(STARTAC) 이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던 모토로라의 제2의 부흥기를 이끌었던 론 게리크는 3세대 휴대폰 시장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실적을 악화시킨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이다.

론 게이크의 퇴임 이후 모토로라가 또다시 참담한 실적을 내놓자, 모토로라의 주식을 가지고 있는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CEO인 에드 잰더(Ed Zander)의 퇴진을 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모토로라 주식 134주를 소유하고 플로리다에 살고 있는 경영컨설턴트 에릭 잭슨(Eric Jackson)은 모토로라 소액 주주들을 대상으로 에드 잰더 퇴진 캠페인인 ‘Plan B’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터넷과 블로그를 통해 펼치고 있는 그의 모토로라 CEO 퇴진운동에 현재 약 70명의 주주들이 동참하고 있으며, 그들이 소유하고 있는 모토로라 주식은 약 40만주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릭 잭슨은 올해 초 이와 비슷한 CEO퇴진 캠페인을 당시 야후(Yahoo)의 CEO이었던 테리 세멜(Terry Semel)을 상대로 펼친 인물로, 테리 세멜은 결국 지난 6월말에 야후 CEO에서 물러났다.

나아가 <비즈니스위크>는 모토로라 이사회가 애드 잰더의 후임을 물색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하고, 이사회가 전 MCI의 CEO이었던 마이클 카펠라스를 만나 스카우트를 제안했고 카펠라스가 이를 수락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모토로라 측은 <비즈니스위크>의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즉각 부인하고, 이사회는 현 경영진을 신뢰한다고 밝혔다.

누구의 말이 현실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애드 잰더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잰더와 모토로라는 그동안 레이저의 성공에 취해 레이저 후속 모델과 3G기술의 개발보다는 레이저의 판매 극대화를 통한 기존제품 우려먹기에만 집착했던 과거의 실수를 깊이 반성하고, 개선책을 내놓지 않는 한 계속되는 추락을 멈추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모토로라가 처해 있는 상황은 그리 밝지 않다. 올해 하반기 휴대폰 영업실적은 상반기에 비해 다소 호전될 것으로 예상은 되지만, 올해 휴대폰 시업에서 영업이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될 경우, 업계 2위인 삼성전자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덧붙이는 글 |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최진봉 기자는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학교 매스커뮤니케이션 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 미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모토로라 #레이저 #휴대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3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미 대선, 200여 년 만에 처음 보는 사태 벌어질 수도
  4. 4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민주당 지지할 거면 왜 탈북했어?" 분단 이념의 폭력성
  5. 5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김건희·명태균 의혹에... 지금 대한민국은 무정부 상태"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