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 포스터극단 두레
재수생이던 3년전, 학원에 가기 위해 지나다니는 동작대교가 너무 지겨워서 3호선을 타고 동호대교를 통해 한강을 건넜던 적이 몇번 있었다. 그때 우연히도 옥수역에서 연극 '옥수도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아래 옥수동)'의 포스터를 처음 봤다.
당시 극작과 지망생임에도 연극에 무지하던 나는 '옥수동사무소에서 만든 연극인가' 하고 피식 웃어넘겼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3년 뒤인 지난 25일, 대학로 한복판에서 옥수동을 다시 만났다.
드라마 <부활>과 영화 <와일드카드>에서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줬던 실력있는 배우 이동규(박문호 역), 한눈에 반해버릴 만큼 눈부시게 예쁜 이승민(조미령 역), 연극,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수십년간 눈에 익은 배우 공호석(김만수 역). 이 세 배우들의 조합만으로도 연극이 시작하기도 전에 마음이 한껏 부풀어오른다.
십수년 전 옥수동은 지금처럼 좋은 아파트들이 들어선 모습과 달리 허름한 산비탈 동네였다. 바로 강 건너 우리나라 최고의 번화가인 압구정동을 바라보며 만수가 짧은 시 한편을 읊조리며 이야기는 흘러간다.
옥수동에서 열쇠를 만들어 팔며 살아가는 만수, 직장 하나 변변하게 잡지 못한 채 화투판을 전전하며 살아가는 문호, '채리나'란 예명으로 밤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미령. 각기 다른 인생을 살아온 그들이 티격태격 하다가도 어느새 연인이 되고 가족이 되는 과정을 짜임새 있게 풀어간다.
옥수동은 우리 사회가 하층민, 혹은 서민이라 불리는 이들의 고민과 고통을 잘 설명해준다. 도박으로 인해 가정을 잃고 가족을 그리워하는 노인, 일을 하지 못할 만큼의 정신적 충격으로 노름판만 전전하는 청년, 돌아갈 곳도 없고 마음의 상처로 좋아하는 사람을 형이라고밖에 부를 수없는 아가씨. 보고 있자니 그들과 마찬가지로 불우했던 어린 시절 생각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른다. 미령의 슬픈 노래에 가슴이 아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