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넝쿨로 칭칭 감긴 이것은 무엇일까요? 전봇대를 칡넝쿨이 감고 올라간 모습입니다.정판수
아침 식사를 하면서 아내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여태 그걸 몰랐느냐는 듯 핀잔을 주면서 거기뿐 아니라 밭에도 칡넝쿨이 들어와 엉망진창이라는 말을 했다. 고구마밭, 호박밭, 심지어 몇 포기 남아 있지 않은 고추밭에도 침범하여 그대로 두면 다 감아 목을 조를 거라는 말을 덧붙이면서.
아마 시골살이를 해 본 사람은 칡넝쿨의 폐해를 한 번쯤은 맛보았을 것이다. 얼마나 성장 속도가 빠른지 전에 조금밖에 안 보이던 넝쿨이 며칠 뒤면 주변을 다 덮어버린다. 덮여버린 나무나 채소류는 그걸로 더 자랄 수 없다. 결국 칡넝쿨의 왕성한 생명력이 다른 작물을 해치고 말게 된다.
그런데 나는 개인적으로 칡넝쿨에 대해서 사랑과 증오의 두 감정을 가지고 있다. 증오의 감정은 앞에서 얘기했으니 덧붙일 필요가 없겠지만 사랑의 마음은 두 가지 이유로 해서다. 하나는 그 향기의 달콤함과 그 맛의 진득함으로 하여.
꽃의 향기 중 가장 향기로운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곤란하지만 가장 달콤한 향기가 무엇이냐고 하면 나는 서슴지 않고 대답한다. 칡꽃 향기가 으뜸이라고. 꿀을 입으로 먹지 않고 코로 마실 때의 바로 그 맛이 칡꽃 향기다.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약 한 달 동안 사방에서 풍겨오는 칡꽃 향기에 취해 있노라면 낙원이 따로 없다고 느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