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되는 동아시아 신냉전 구도의 근원 미·중관계

동아시아 미·중대결체제의 현황 2

등록 2007.08.25 15:34수정 2007.08.25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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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7월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중국 권력의 심장부인 중남해에서 25명의 정치국 위원들에게 “평화발전협력의 기치를 높이 들고 자주적인 외교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국가 주권과 안전은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국가의 근본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국방과 경제를 조화롭게 건설해야 한다. 국방건설과 경제건설은 상호촉진의 관계이므로 동시에 추진해야한다”고 역설함으로써 등소평시대 이래 지속된 도광양회(韜光養晦)와 화평굴기(和平堀起)에서 벗어나 세계 군사혁신 추세에 따른 전방위형 인재 발탁과 해·공군 중시를 통한 합동작전능력 강화, 대만문제 중시, 국방과 경제건설 병행 등의 새로운 군사노선을 채택하고 부국강병(富國强兵)을 통한 본격적인 유소작위(有所作爲)의 길로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현재 중국 지도부와 학자들 사이에는 미국과 일본이 중국을 영토적으로 분열시키고 정치적으로 체제 전복을 꾀하며 전략적으로 억제하고 경제적으로 좌절시키려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폭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는 분석이 있다.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있다. 미국은 이등휘 전 대만 총통의 입국을 허용하였고 티베트를 ‘점령당한 자주적 영토’로 규정하였으며 중국의 인권침해를 비난하였다. 또 베트남과의 관계 정상화 및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중국의 대 이란 화학무기 부품수출을 비난하면서 중국에서 이란으로 향하던 중국 국적의 화물선 은하호를 화학무기재료를 운반한다는 이유로 강제 압수수색했으며 파키스탄에 미사일 장비를 판매했다는 이유로 중국에 무역제재를 가하는 한편 경제문제를 내걸어 추가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다. 그리고 북경의 2000년 올림픽 유치를 반대하여 무산시키더니 미 하원이 인권문제를 내세워 2008년 올림픽 반대 결의문을 채택하는가 하면 유고주재 중국대사관을 폭격해 놓고도 오폭이라고 오리발을 내었다.

하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미국은 남중국해와 대만해협에서는 과도한 군사활동으로 계속 긴장을 조성시키는가 하면 부시 대통령은 중국의 대만침공 시 미군개입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으며 대만에 150대의 F16 전투기를 비롯한 다량의 무기를 판매했다. 여기에 더해 대만을 종결되지 않은 중국내전의 진원지로 보지 않고 아시아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는 중국 팽창주의의 목표로만 설명하면서 일본을 대만과 관계된 군사계획에 끌어들이려는 매우 위험한 시도를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일 세력구도의 변화로 인한 양국간 적대감 증가는 일본의 중국에 대한 태도 강경화, 민족주의화, 전략화, 군사화 추세를 부르고 있다. 이는 일본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 대만문제의 가장 큰 걸림돌이며 대만과 중국간의 이합(離合)이 일본안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에게 일본과 대만이라는 2개 수단을 통해 중국에 대한 어부지리(漁父之利)만 안겨줄 뿐이다.

미국은 자신들이 이라크전쟁과 중동문제 등 테러와의 전쟁에 신경을 쏟고 있는 동안 중국이 아시아에서 급속히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데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다. 또한 중국과 패권다툼을 벌이고 있는 일본을 중국견제를 위한 미국의 가장 강력한 맹방으로 삼기 위해 일본에서 일고 있는 민족주의 움직임을 포용하고 있으며, 아울러 대만 독립 움직임에 대해서도 은근히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현재 국제적으로 경제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중국과 가장 소원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소원해지고 있는 것은 일본과 대만뿐이다. 특히 중국과 대만 사이에 지속되는 긴장감은 중국의 ‘반국가분열법’이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법의 통과로 중국은 대만이 독립선언을 할 경우 전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위협을 공식화했다. 중국으로선 한 세기 전 대만을 일본에게 빼앗겼던 약하고 분열된 중국과 대비되는 강하고 통일된 중국의 등장을 알리기 위해서 언제가 됐든 대만을 합병하는 게 필수적일 것이다.


결국 이 같은 상황은 세계적 냉전은 해체됐지만 동북아에서는 여전히 미·일 대 중국이라는 신냉전 구도가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2004년 10월 27일 중국 하남성 중모현에서는 한족과 회족 사이에 유혈충돌이 발생했다. 이 사건을 가장 먼저 보도한 것은 미국의 뉴욕타임스였다. 뉴욕타임스는 이 충돌로 148명이 숨졌다고 대문짝만 하게 보도했다. 짐작컨대 미국신문에 이 보도가 나기까지는 중국의 일거수일투족을 뚫어지게 감시하고 있는 미국의 정보망이 배후에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보도는 미국이 중국에서 무엇이 발생하기를 바라고 있는지를 엿보게 한다.


사실 냉전종식 후 소련이 독립국가연합으로 분리된 것은 소련을 분열시켜 슬라브족을 북극권 안에 영원히 가두어 두려는 서방의 대소전략이 일치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정황으로 볼 때 중국에서 미국을 가장 적대적인 시각으로 보는 집단은 군부다. 미국이 가장 우려하는 점은 중국 군부가 중앙정부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강경한 자세를 고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2005년 7월 주성호 중국 국방대 방무(防務)학원장은 “중국은 재래전에서 미국을 이길 수 없다”면서 “중국은 선제 핵무기공격을 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포기해야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전쟁이 나면 수백 개 미국도시가 파괴될 것이다”라고 수십 년간 나온 중국지도자들의 대미견제 발언 중 가장 높은 수위의 발언을 했다. 2001년 4월 군용기 충돌사건 당시에도 협상이 난항을 겪는 배후에는 인민해방군이 있다고 했는데 중국 군부는 미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하도록 기회 있을 때마다 정부에 강한 압력을 넣는 것으로 보인다.

1993년 6월 중국군 장성 100명이 중국정부가 미국에 대해 ‘수동적’ 정책으로 일관하고 있으며 중국을 ‘협박’하는 미국의 기도에 저항하지 못했다는 불만을 담은 서한을 등소평 앞으로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가을 중국정부의 한 기밀문서는 미국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군사적 이유를 열거하였다. “중국과 미국은 상이한 이념, 사회체제, 외교정책을 둘러싸고 오랜 갈등을 빚어 왔으므로 근본적인 중·미관계 개선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중국에서 미국의 존재는 중국을 위협하는 ‘제1의 적’으로 간주되고 있으며 이 같은 반미감정 때문에 차기 미국 행정부의 대중관계 개선이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는 2000년 11월 15일자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도 잘 나타나 있다. 이런 기류는 슝광카이 인민해방군 부참모장이 중앙당교에서 발행하는 주간기고문에 “테러 고조 등 세계문제의 근본 뿌리는 미국의 패권과 권력정치”라면서 “중국은 지역적인 안전과 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한 2003년 1월 16일자 ‘사우스차이나 모닝포스트’ 보도에서도 다시 확인되고 있다. 미국은 동아시아가 장차 ‘세계경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동아시아의 강력한 적수를 용납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2005년 2월 포터 고스 미 중앙정보국장과 4월 존 네그로폰테 국가정보국장이 상원 안보청문회와 인준청문회에서 중국의 군사력 증강이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은 물론, 아시아 주둔 미군까지 위협하고 있으며, 미국 정보당국이 장기적으로 가장 중요시해야 할 문제는 중국이라고 경고한데서도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에 대해 느끼는 이러한 공포는 얼마 전까지 미국이 일본에 대해 가졌던 편집증을 연상시킨다. 이것은 한 마디로 일본에 대한 적대적 편집증이 중국에 대한 적대적 편집증에게 자리를 내준 것에 불과할 수도 있다.

#도광양회 #화평굴기 #유소작위 #부국강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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