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한카호와 백사장의 모습. 평일에다 비 온 뒤의 스산한 날씨인데도 가족 단위 피서객의 모습이 눈에 띈다.서부원
한카호에 닿았습니다. 호수 입구에 포효하는 호랑이가 그려진 연해주기(旗)가 반갑다는 듯 펄럭입니다. 아무르강을 중국에서는 헤이룽쟝(黑龍江)으로 부르듯, 중국과의 공유하고 있는 까닭에 싱카이후(興凱湖)로 더 잘 알려진, 우리나라로 치면 충청남도 넓이의 거대한 내륙 호수입니다. 러시아와 중국의 동쪽 국경선이자, 아무르강의 가장 큰 지류인 우수리강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호숫가는 중장비가 굉음을 내며 건축 공사가 한창인데, 주변에 방갈로 같은 목조 캠프장이 여럿인 것으로 보아 대단위 휴양시설을 세우려는 듯합니다. 평일인데다 비온 뒤의 스산한 날씨 탓인지 고운 모래의 넓은 백사장에는 피서를 즐기는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드문드문 물놀이 시설이 갖춰져 있고 요트도 떠 있는 등 연해주에서는 각광 받는 피서지임을 알겠습니다.
백사장에 서서 수평선이 하늘과 맞닿은 호수 저편을 바라봅니다. 아득한 저 수평선을 향해 배를 띄우고 노를 저어 가면 이곳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것만 같습니다. 다시금 실감하게 된 것이지만, 우리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것보다, 또 우리의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대자연은 훨씬 더 장엄한 것입니다.
오늘 밤 모스크바(Moscow)행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하바롭스크(Havarobsk)로 떠납니다. 닷새 동안 머물렀던 연해주(프리모르스키)를 떠나 또 다른 신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언제 다시 오게 될지 모르는 연해주와의 이별이 아쉽지 않도록 이곳보다 더 낯선 하바롭스크와의 만남이 반갑고 즐거웠으면 좋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사)동북아평화연대가 주관하는 연해주-동북3성 답사에 참가한 후 정리한 기록입니다. 제 홈페이지(http://by0211.x-y.net)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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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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