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유상냉장 냉동창고에 보관중인 뼈를 발라내지 않은 채 수입된 미국산 쇠고기.오마이뉴스 권우성
광우병 특정위험물질(SRM)인 등골뼈(척추)가 나와 지난 1일 중단됐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검역이 다시 시작된다.
정부는 24일 쇠고기 등골뼈 반입에 대한 미국쪽 해명서를 검토한 결과, 이를 받아들여 검역을 재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미국의 일방적인 해명에 대한 충분한 검증 작업 없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국가의 검역 주권마저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는 이번 사건에 대해 법적 권한인 쇠고기 수입중단이 아닌 '검역중단'이라는 변칙을 써온데다, 미국 현지 실사 등 제대로 된 검증 작업도 거치지 않아 쇠고기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국민 건강권 보호 등의 이유로 미 쇠고기 수입에 반대입장을 보여온 시민사회단체들도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 미국쪽 '단순실수' 해명 받아들여... 검역 재개
농림부는 이날 오전 정부 과천청사에서 지난 1일 중단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검역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재개 이유는 미국쪽에서 지난 16일 보내온 해명 내용과 보완대책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농림부쪽에서 공개한 미국쪽 해명은 한마디로 "단순 실수"라는 것이다.
내용물의 표시·무게에 따라 미국내 수출과 내수용을 구분하는 구역에서 포장기계가 고장났고, 이 과정에서 상자 일부가 파손됐는 것. 이후 이들 상자를 바꾸는 과정에서 교육받지 못한 종업원들이 부주의로 수출용 상자에 T본 스테이크용 쇠고기를 잘못 담았다는 것이 미국쪽 해명이다.
미국쪽은 지난 5월과 6월에 발견됐던 갈비통뼈에 대해서도, 검역 시스템의 문제가 아니라 '직원의 단순 실수'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미국쪽은 향후 재발 방지 대책으로 ▲ 상자 포장전 내용물 육안으로 검사하는 인력 배치 ▲ 컴퓨터의 박스 무게 허용범위를 축소해 뼈 포함 여부 식별 강화 ▲ 육안 검사 통관 전까지 한국 수출용 라벨 부착 금지 등을 제시했다.
농림부는 대신 등뼈 검출 작업장에 대해서는 수출 작업장 승인을 취소했다. 이어 갈비뼈가 검출돼 선적중단 조치된 4개 작업장에 대해서도 새 수입위생 조건이 발효될 때까지 수출선적 중단조치를 유지하기로 했다. 미국은 그동안 중단조치 해제를 요구했었다.
수입중단도 없고, 현장 실사도 없이 한달 만에 '뚝딱' 검역재개
농림부의 이번 검역재개 결정으로 수입중단 위기까지 몰렸던 미국 축산업계는 일단 위기를 모면했다.
하지만 반대로 정부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의 국회 비준 등을 앞두고 미국 눈치보기에만 급급해 '검역 주권을 포기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게 됐다.
정부는 이미 지난 1일 현행 수입위생조건상 '수입중단' 이유가 되는 광우병위험물질(SRM)을 확인하고도 '검역중단'이라는 변칙을 쓴 것이나, 미국에 보름 이상의 해명 기회를 준 것을 두고 '봐주기' 논란이 일었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당시 "정부가 아무런 법적 근거도 없이 수입중단해야할 사안을 검역중단이라는 편법을 쓰고, 다른나라에도 유례가 없는 사후 해명 보장으로 미국 눈치보기에 급급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정부의 이해하기 어려운 태도는 이번에도 마찬가지. 중대한 수입 위생조건 위반 사안에 대해 검역당국은 미국쪽에 단 한번의 현장 실사도 나가지 않았다. 미국의 일방적 주장만 담겨있는 문서 만으로 '검역중단 조치'를 풀어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