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장마를 이겨낸 태양초 '앗뜨거' 손을 대면 데일듯 자신을 태워내고 있습니다.윤희경
어정칠월 건들팔월이라더니 요즘은 좀 한가로운 기분입니다. 옛날 농부들이 그랬듯이 지금 한창 피어나는 벼 이삭들을 바라보며 '호미씻이' 흉내를 내며 한유와 느긋함을 맛봐야 할까 봅니다. 봄부터 여름내 고락을 같이 했던 호미, 삽, 괭이, 삼태기 등을 깨끗이 씻어 광에 걸어놓으니 저절로 기분이 가벼워 옵니다.
아직도 오후의 따가운 햇볕이 만만치 않습니다. 어정대다 산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조금 산을 오르자 오미자, 참당귀, 더덕과 곰취꽃들이 향기로 다가섭니다.
오미자는 언제 보아도 가을을 닮아가는 열매입니다. 새빨간 진주알들이 알알이 들어와 박혀 산속을 환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붉게 물들어가는 열매 속에선 꽃 향이 바람처럼 솟아오릅니다. 껍질의 신맛, 과육(속살)의 단맛, 맵고 쓴 씨, 짠맛을 동시에 품고 가을을 여는 이 열매는 사뭇 신비스러울 정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