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인 IC에서 내려 30번 국도를 타고 부안으로 향하는 길에 본 논서광호
집을 나서자마자 하늘을 봤다. 구름은 솜 같이 뭉게뭉게 피어있었다. 마치 먹물을 빨아들인 같았다. 거무튀튀한 구름이 아침을 무겁게 누르고 있었다. 공기는 젖은 종이처럼 맨살에 달라붙었다. 흐리고 습도가 높은 날씨였다.
북대구 IC를 빠져 나와 대전방향으로 경부고속도로를 달렸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산의 능선을 찬찬히 읽었다. 능선에는 리듬이 있었다. 수직의 급박함이 휘모리 장단으로 몰아쳤다.
산의 긴장감은 추풍령을 넘을 때까지 계속 상승했다. 가끔 전선(電線)이 오선지처럼 산의 리듬을 더 명확히 드러내며 길을 따랐다. 위로 솟은 산의 뾰쪽함과 아래로 늘어뜨린 곡선모양을 한 전선의 뭉툭함은 묘한 대비를 이뤘다. 오직 직선만을 지향하는 이 무표정한 고속도로를 달리는 일은 참으로 따분하다. 하지만 능선과 전선이 만드는 풍경만으로도 내 마음은 들썽거렸다.
경부고속도로를 달리다가 대전남부순환고속도로를 거쳐 호남고속도로를 탔다. 태인 IC에서 내려 30번 국도를 따라 부안으로 향했다. 국도로 접어들면서 빠른 속도에 좁아졌던 시야는 줄어든 속도에 넓어졌다. 산의 리듬은 진양조 장단으로 느려졌다. 푹푹 찌는 한 여름에 결기 있던 산도 얼음이 녹아 내리듯 완만해졌다. 초록의 넓은 논이 융단처럼 깔려있었다. '운전대를 잡았다면 살필 수 없었던 풍경이다'는 생각에 안도했다.
출발한 지 세 시간 반, 드디어 부안 시내가 보였다. 그 즈음해서 비가 퍼붓기 시작했다. 까만 비닐을 뒤집어 쓴 듯 사방은 어두웠다. 비는 직각으로 정수리에 퍼붓다가, 세차게 이는 바람에, 짧은 순간 가파른 예각으로 방향을 틀어 차의 몸통을 채찍처럼 휘감았다. 참으로 맵게 내렸다.
부안과 계화도의 첫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