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막 후반부 : 23일 저녁 7시 10분]
서민들도 한나라 지지하는 미스터리... "그러나 대중은 현명하다"
왜 그런 상황이 됐을까? 김헌태에게 그것은 비관이 아니라 낙관이다. 그는 그것을 "현명한 대중의 선택"이라고 했다. 현명한 대중이 엘리트를 갈아치운다는 것이다.
"결국 시대의 흐름이 존재한다. 사실 2004년 탄핵 이후 국민은 민주화세력에 모든 것을 줬다. 국회와 대통령. 이 두 권력을 가진 민주화세력은 '민주화 이후의 사회경제노선'을 제대로 만들지 못했다. 양극화 해소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중은 현명하다. 엘리트를 소비한다. 칼을 갈아 치우듯 한다.
민주화 세력이 제대로 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니까, 더 이상 진화된 모형을 보여주지 못하니까 '성장의 추억'을 채택한 거다. 한나라당의 고도성장주의만 유일하게 입력되는 거다. '성장을 통한 경제부흥' 이외에는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다. 그래서 노동자, 서민이 오히려 보수적인 성향을 보이는 미스터리가 발생한다."
그는 그런 미스터리 상황에서도 대중을 믿는다.
"그런데 대중은 참 현명하다. 우리 사회의 가치를 묻는 여론조사를 해보면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압도적으로 많다. 양적인 성장, 나홀로 성장을 원하지 않는다. 양극화 해소를 바란다. 그런데도 지금 여론조사하면 한나라당 1당 독재다. 25%에 달하는 중도가 다 한나라당으로 갔다. 진보5:보수5 구도가 깨진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패러다임은 '더불어 행복한 세상'을 구현할 수 없다. 선택지가 없으니까 대중들이 이명박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문국현의 가능성이 있다. 나는 문국현이라는 선택지를 만들어주고 싶다."
김헌태, 그는 12년간 여론조사 전문가였다. 문항을 설계하던 사람이다. 문항은 있되 선택할 답이 없다면? 그건 설문에 응하는 대중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이다. 그래서 그는 스스로 답가운데 하나를 만들기 위해 문국현에 투신한 것이다.
그는 "여론조사 전문가는 전국민을 상대로 시험을 본다"고 했다. 그는 여러번 '여론조사 특종'을 했다. 2002년 봄 노무현 바람이 일 것이라는 것을 예측했고, 2003년 참여정부 초기 노무현대통령의 지지도가 급락할 것이란 것도 예측했다.
그는 "여의도의 다른 여론조사전문가들은 주로 엔지니어에 가까울 정도로 정밀한 숫자 분석을 중시하지만 나는 정량, 수치보다는 신념구조나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해석해낸다"고 했다.
그는 "여론조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변곡점(여론의 흐름이 바뀌는 것)을 찾아내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의 '진정한' 여론은 이명박 패러다임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대안만 있다면 확 바뀔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갈망과 갈증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대선을 선언한 문국현은 앞으로 어떤 일정을 통해 비한나라당 후보 1위를 차지하려고 할까? 이를 위한 수석전략가 김헌태의 전략은 무엇일까? 범여권 후보와의 관계는? 저녁을 먹고 이에 대한 김헌태와의 대화를 이어가겠다. 자리를 떠나면서 다시 독자의견을 살펴본다.
그 중 하나의 제목이 "전율적인 희망이 보입니다"(독자의견74)이다.
[5막 : 24일 새벽 1시 30분]
정치부 기자 20년 한 베테랑의 직감
"김헌태는 한나라당 경선 여론조사의 비밀을 알고 있다"
혹 이 심야 시간까지 제 후속 기사를 기다리고 있을 독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며칠 전부터 약속돼 있었던 저녁 식사자리에서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딱 한 시간만 만나고 오려고 했습니다. 기다리는 독자님이 있을 테니까요. 그러나, 저녁 8시에 갔는데 한밤 12시20분까지 잡혀 있었습니다.
그는 중앙일간지에서 20여년을 정치부 기자로 활약했던 분입니다. 그의 이번 대선판 분석이 하도 재미 있어서, 그 재미를 나중에 꼭 <오마이뉴스> 독자에게 전달해야 되겠다는 욕심이 나서 자리를 못떴습니다. 약속 합니다, 후에 꼭 전하겠습니다.
또 하나 자리를 못뜬 이유가 김헌태의 도박을 어떻게 볼 것인가에 대한 토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김헌태를 신뢰한다. 현존 최고의 여론조사 전문가라 불릴만하다. 둘째 가는 사람이라면 안부근(전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이다. 김행은 말 못하겠고."
- 정치부 기자 20년 한 사람으로서, 김헌태의 도박을 어떻게 보나.
"김헌태는 굉장히 예리한 친구다. 여론조사를 12년간 해온 김헌태는 이번 한나라당 경선 여론조사의 비밀을 알고 있다. 그가 얼핏 (지난 20일 < 오마이TV >의 한나라당 경선 개표 생중계 해설을 하면서) 이야기 하던데 이번 경선 여론조사는 설계부터가 잘못된 거다. 이번 여론조사의 모집단을 어디에서 받은 것인지 김헌태는 알 것이다. 물론 다른 여론의 흐름도 체크했을 것이다. 김헌태는 본능적 확신이 선 것이다. 이명박은 안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김헌태는 문국현이 꼭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그런 선택을 한 것이 아니다. (그가 확신하는 가치에 대해) 인생의 베팅을 한 것이다."
우선 여기까지입니다. 이후의 후속 기사를 기다릴 독자에겐 죄송스럽지만 저는 지금 계속 컴퓨터 앞에 있을 수 없습니다. 지금 저는 부천시의 한 피시방에서 이 5막을 쓰고 있습니다. 우리 회사 여직원이 그제 부친상을 당했습니다. 오늘 아침 발인이니 부천의 한 병원으로 지금 꼭 가야 합니다. 여직원이 흘릴 눈물 앞에서 제가 일어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오전 10시경이 돼야 마지막 제6막을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6막 2장 : 24일 오전 11시]
"문국현 바람 한달 이내에 결판 난다"
"침침했던 눈이 번쩍 뜨이다." 오늘(24일) 아침 9시에 독자 오딧세이님이 올린 글의 제목이다.
[독자의견 224] 침침했던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에서 새로운 감동을 위한 뜨거움이 서서히 솟아나려고 합니다. 또 다시 미래를 위해 혼신을 다해 뛰어 볼까 하고 망설여집니다.
망설이다. 독자의견을 보면서 나는 '전율하다'는 말만큼 '망설이다'는 말을 사랑하게 된다. 문국현의 대선 번지점프, 김헌태의 1%도박 모두 긴 망설임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김헌태와의 대화, 마지막 장이다.
- 먼저 요청 받았나, 스스로 문국현을 선택한 것인가?
"2달 전에 문 사장을 처음 뵀는데, 크게 봐서는 요청받은 게 맞다. 수석전략가로서 캠프 전반을 다루는 정무특보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 문국현 캠프에 실질적으로 뛸 사람들이 아직 많지 않을텐데."그렇게 많진 않지만 그래도 헌신적인 분들이 결합해 있다. 중요한 것은 그들의 가치가 문국현과 함께 통일돼 있다는 것이다. 그게 가장 큰 힘이다."
- 문국현의 실험이 이제 본격화된 건데, 여론조사 전문가 입장에서 이번 대선에서 뜨냐, 안뜨냐가 언제쯤 판가름 날 것으로 보는가."
문국현의 컨텐츠를 얼마나 제대로 전달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3주 내지는 한 달 이내에 어느 정도 유의미한 변화를 보여야 한다. 나는 믿는다. 제대로 된 컨텐츠엔 반응이 있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이번 대선에 흥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에 실패해 유의미한 변화를 제대로 못보여주면 이번 대선과는 무관하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단 5%라도 지지세가 형성된다면 그것은 이번 대선 이후에까지 한국정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 대통합민주신당과의 관계는?
"지금 범여권은 컨텐츠가 소진된 상태다. 그래서 감동을 못준다. 문국현은 현재 1% 미만의 후보이기 때문에 지금 그 부분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이명박의 패러다임에 맞설 내용들을 가지고 대논쟁을 해야 한다. 물론 이후에 후보단일화, 정치연합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다. 설혹 그런 상황이 온다 하더라도 단순히 이번 대선뿐 아니라 내년 총선과 그 이후까지 문국현 진보개혁 블록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 그 블록의 색깔은?
"크게 보면 중도와 민노당의 중간 정도일 것이다. 문국현은 노무현 대통령이 방향은 잘 잡았다고 본다. 그러나 성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서는 국민들에게 미안해하고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범여권 주자중에 유시민이 얼핏 보면 문국현과 유사한 정책을 가진 측면이 있다. 사회투자국가론 측면에서 보면. 그러나 차이는 과연 그것이 후보의 삶 속에 녹아 있느냐에 있다."
[6막 2장] 김헌태의 3가지 가설과 대중의 생명력
<오연호리포트> 1, 2에서 문국현을 다뤘을 때가 지난 7월 하순이었다. 그때 나는 문국현과 오래 알고 지내온 사람들을 만나봤다. 대부분의 말이 "컨텐츠는 좋은데 정무적 경험도 없고, 손발도 없고..."라고 했다. 젊은 시민운동가에게 "그럼 당신 같은 사람이 좀 도와주지"했더니 "나야 조언은 해주지만 나서기가..."라고 말끝을 흐렸다.
대선판은 답답한데, '참신하게'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데 뜻밖에 여론조사 전문가 김헌태가 나섰다.
냉철한 '과학적' 여론조사를 한 김헌태이지만 그의 피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85학번인 그가 대학을 다닐 때 그의 아버지는 5공화국의 청와대사정수석비서관(김종건, 75)이었다. 그는 대학 시절을 "아버지와 노선투쟁을 하면서" 보냈다. 적극적 운동권은 아니었지만 야학을 하면서 시대의 아픔에 괴로워한 젊은이였다. 그는 87년 6월항쟁 한 달 전인 5월 "아버지에 의해" 군대에 들어가게 된다. 대중승리의 교과서인 6월항쟁을 체험하지 못한 것이다.
그런 자신의 젊은 시절이, 시대와 정면으로 맞서지 못한 시절이 늘 마음의 빚이었다고 한다. "김근태씨가 고문당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나는 고문을 받고 있는데,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예쁜 여자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오늘 참 날씨가 좋네요였다, 그럴 때 정말 괴로웠다'. 그런데 나는 그런 김근태의 말을 듣고 정말 괴로웠다."
그런 빚이 있기 때문에 그는 지금 누구도 나서길 꺼려하는 '판 뒤집기'에 나선 것인가?
- 다시 묻겠다. 왜 관전평을 하다가 직접 선수로 뛰어드는 건가? 나서지 않고 뒤에서 도와주는 방법도 있을텐데.
"내 입장에서는 선택지를 만들러 간다. 설문을 만들러 간다, 국민들이 고를 수 있는. 이명박 패러다임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전하는 게 내 몫이다. 나는 이번 대선에서 내 가설을 증명해보고 싶다."
- 어떤 가설인가?
"첫째, 양보다 질이다. 정치는 영원히 노선과 정책의 싸움이다. 정확한 노선에서 전략이 나오고 승리가 나온다.
둘째, 컨텐츠가 세력에 우선한다. 컨텐츠의 완결성이 있으면 승리하기 쉽다.
셋째, 패러다임 논쟁이 없으면 이번 대선에서는 한나라당에 진다. 대중은 제대로 된 대안의 선택지를 내놓으면 그것을 선택한다.
이런 가설들은 대중의 특성과 연결돼 있다. 대중의 특성을 내 스스로 직접 뛰어들어 증명하고 싶다. 70%가 경부운하를 반대하는데도, 60%가 도곡동 땅은 이명박의 것이라고 믿으면서도 이명박에게 표를 줄 생각을 하는 대중들에게 새로운 선택지를 내보이고 싶다. 그럴 때 대중이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직접 체험하고 싶다."
- 일종의 대중에 대한 믿음인데, 김헌태씨가 생각하는 대중은 어떤 대중인가?
"내 노선을 말한다면 근본적으로 대중주의다. 그래서 그 대칭점에 있는 엘리트주의에 대해서는 긴장관계에 있다. 대중의 생명력은 엘리트들 위에 있다. 해를 쫓아가는 것이 대중의 생명력이다. 풀은 돌 사이에서도 어떻게든 고개를 내밀고 싹을 틔우지 않는가. 대중은 자기 삶을 긍정적 방면으로 계속 이끌며 권력을 쟁취해왔다."
그러니까 이번 대선도 주인공이 대선후보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일반 유권자들이 대선후보를 선택하면서 일반 대중에 맞는 권력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만24시간 동안 작성된 이 긴 글을 읽어준 독자 여러분, 댓글로 의견을 교환해준 독자여러분이 바로 2007대선의 주인공이다. <오연호리포트>를 처음 연재하며 썼는데, 이건 기자 오연호의 가설이다.
'대한민국 국민은 심심한 대선을 용납하지 않는다.'
연재 [오연호리포트: 선택 2007대선] 전체기사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에 참여하고 싶은 독자는 의견을 달아주세요. 반영하겠습니다.
2007.08.23 10:02 | ⓒ 2007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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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hmyNews 대표기자 & 대표이사. 2000년 2월22일 오마이뉴스 창간. 1988년 1월 월간 <말>에서 기자활동 시작.
사단법인 꿈틀리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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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 유시민? 제2 김행? 김헌태의 도박 여론조사 1인자, 1%의 문국현에 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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