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꽃정기상
청량산 문수사(전북 고창군)에서 내려오는 길이었다. 더위가 어찌도 맹위를 떨치는지, 산사를 찾는 이는 아무도 없다. 햇살 사이로 간간이 바람만이 제집처럼 들락거리고 있었다. 내려앉은 고요가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찾은 산사의 풍광은 사색을 즐기는 데에는 최고였다. 한껏 여유를 즐기면서 내려오는데 조우한 것이다.
다가가 보니, 꽃무릇이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꽃무릇은 붉은 색깔을 하고 있다. 사랑의 정열을 불태우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꽃을 상사화라고 부른다. 꽃과 이파리가 영원히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뜻하는 사랑의 꽃이다. 그런데 붉은색이 아니고 노란색이니, 신기하다.
상사화는 따로 있다. 꽃의 모양도 다르고 개화하는 시기도 또한 다르다. 상사화는 연분홍색을 하고 있으며 개화 시기도 꽃무릇보다 1개월 정도 앞선다. 상사화는 대개 한두 송이만 피어나 외로움이 진한다. 그러나 꽃무릇은 집단으로 피어난다. 군락을 이루고 있어 장관이다. 꽃무릇은 한자말로 하면 석산이라고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