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25 당시 피난민의 모녀상을 재현한 조각상송유미
현재의 '사십 계단'의 주위의 풍경은 마로니에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고, 바람에 나뭇잎을 날리는 듯, 파지를 날리는 잉크 냄새가 풀풀 풍기는 인쇄골이 형성되어 있다.
또 이 자리의 사십 계단은 영도다리와 함께, 고향을 떠난 피난민들의 이산가족 장봉 장소로 알려지기도 했던 자리로, 사십 계단 비가 세워져 있다.
아무리 큰 비참한 전쟁도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신생의 역사의 현장이 되는가.
곳곳에 세워진 재현의 당시 피난민의 동상과 기찻길과 '뻥튀기기 장수'의 동상들이 6·25 동란 당시 삶을 고스란히 재현해 주고 있다.
이러한 사십 계단의 6·25전쟁 당시 피난민의 생활상과 전쟁의 기록 자료 등을 '사십 계단 문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촬영현장, '사십 계단'의 재 의미 부각
이명세 감독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촬영 현장으로 기념되면서, 다시 한번 세인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사십 계단 주위는 이제 부산의 문화예술인의 몇 개의 협회의 사무실이 있어 많은 예술인들의 모임 등이 형성되고, 부산 시민들과 외지의 여행객에게 사랑을 받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일부 부산문화계의 몇몇 인사들은 기념비가 세워진 지금의 '사십 계단'이 진짜가 아니라는 이견이 있지만, 이를 증거할 자료가 없다. 다만 '사십 계단' 옆 아주 좁다란 '사십 개'의 계단이 있는데, 이를 진짜 '사십 계단'이라고 내세우지만, 당시 부산역의 화재로 인해 새롭게 정비된 도로와 신축된 건물로 인해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할 증인도 없다.
사십 계단의 '진짜 가짜' 시비는 꼭 문화재처럼 가려져야 할까. 진짜가 가짜를 능가하고 가짜가 진짜를 축출하는 세태지만, 저 천국의 계단처럼 층층대에 앉아 손풍금을 울리는 유랑악사의 노래가, 당시 피난민의 아련한 향수의 그리움을 일게 한다.
피난민 중에 가장 힘든 사람은 군인이었겠지만, 총을 멘 군인보다는 아기를 업고, 걸리면서 피난 내려온 아기 엄마들이 더 힘들지 않았을까. 층층대에 걸터앉아 젖을 먹이는 시간에는 잠시 전쟁의 총성도 정지된 듯, 그 피비린내나는 끔찍한 전쟁의 공포도 잊고, 아기는 엄마의 품에 안겨 행복에 겨운 미소를 방긋방긋 지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