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해 내성터에는 아름드리 나무들이 줄지어 자라고 있어, 마치 수문장처럼 느껴진다.서부원
지평선으로부터 떠오르는 아침 햇살을 가슴으로 받으며 옛 발해 왕국의 성터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합니다. 강 이름이 '솔빈'에서 유래되었다는 수이푼강이 해자처럼 감싸며 흐르는 곳, 가파른 언덕에 자리한 천연의 요새입니다. 자연 지형을 그대로 활용한 외성에 오르면 저 멀리 우수리스크 시내가 한 눈에 내려다보이고, 내성 터에는 웃자란 나무들이 수문장처럼 늘어서 있어 옛 발해 왕국의 위용을 뽐내는 듯합니다.
발굴을 진행하다 만 듯 곳곳이 패인 채 잡풀만 무성하고, 만든 지 그리 오래된 것 같지 않은 비포장도로가 성의 허리를 자르고 있는 모습도 눈에 띕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이 지역은 지정학적인 의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영토의 끄트머리에 치우친 변방인데다 인구조차 적어 대부분의 땅이 경작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황무지로 버려져 있으니, 어쩌면 옛 성터의 흔적이 남아준 것만으로도 고마운 일입니다.
성을 벗어나 수이푼강을 건너 시내 쪽으로 향하면 절터로 추정되는 넓은 공원이 있습니다. 지금은 아름드리 나무들만 빼곡히 서 있지만, 소박한 연꽃 문양이 희미하게 새겨진 주춧돌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어 이곳이 앞서 들렀던 발해 성터와 관련된 곳임을 짐작케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