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문화제가 섬진강 벚꽃길에서 열리는 이유

개발과 생명 화두... 하동 악양 평사리 공원서 25일 열려

등록 2007.08.22 09:53수정 2007.08.2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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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제2회 지리산 문화제 포스터

제2회 지리산 문화제 포스터 ⓒ 지리산 문화제 홈페이지

지난해 11월 지리산 문화제가 처음 열린 곳은 골프장 문제로 극한 대립을 겪고 있던 구례군 산동면의 사포마을이었다. 골프장 건설을 강행하려는 개발론자들과 반대하는 마을주민들이 극한 대립을 벌이던 시점에서 1회 지리산 문화제 장소가 그곳으로 결정됐던 것은 바로 그런 대립과 갈등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당시 지리산권시민사회단체협의회 김봉용 위원장은 "골프장 건설이라는 현안이 있는 지역에서 열리는 찾아가는 현장 문화제 1호"라며 지리산문화제의 성격을 규정했었다.


갈등과 대립이 있는 곳에서 문화제를 시작한 것은 그것을 풀 수 있는 해법으로 문화라는 도구가 필요했다는 점에 있다. 지리산권 주민들뿐만 아닌 지리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문화의 방식으로 축제를 만들어 그 소중함을 되새겨 보는 것이다.

지난해 지리산문화제 때 행사 준비를 돕던 이원규 시인은 사포마을 주민들에게 이런 부탁을 했다.

"골프장 반대 플래카드나 머리띠를 절대 두르지 말라. 구례군수가 오더라도 항의한다거나 골프장 이야기 일절 꺼내지 말아 달라."

a 1회 지리산 문화제. 공연에 열중하는 관객들 뒷편으로  지리산 자락에서 떠오르는 달

1회 지리산 문화제. 공연에 열중하는 관객들 뒷편으로 지리산 자락에서 떠오르는 달 ⓒ 지리산 생명연대

골프장 문제로 대립이 이어지고 있던 마을에서 골프장 문제로 한 맺힌 주민들에게 이런 제안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럼에도 마을주민들이 고심 끝에 이 조건에 따르기로 했던 것은 모두를 아우르는 한마당 축제를 통해 마을의 존재를 보여주겠다는 넓은 관점에서였다.

이에 따라 조금 우려되기도 했던 구례군수의 축사는 어떤 야유나 항의 없이 뜨거운 박수 속에 맺을 수 있었고, 군수가 참여하는 자리여서인지 군내 산하기관의 직원들도 얼굴을 내비치며 문화제 축하 명목으로 준비한 봉투를 은근슬쩍 성금함에 넣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갈등만 하던 지자체와 주민들 사이에 문화제가 평화 모드를 만들어 준 것이다.


서로간의 상생을 도모하기 마련된 제1회 지리산문화제는 1000여명의 사람들이 몰려들며 이런 취지에 화답했다. 달빛 속에서 공연을 보며 마을 주민들과 한마음 한뜻이 됐고, 마을 역사상 가장 많은 손님을 맞은 사포마을 주민들 또한 힘들었던 투쟁의 시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힘을 얻는 시간이었다. 문화제의 이름으로 지리산 자락의 모든 사람들을 아우르는 흥겨운 마을 잔치가 돼 버린 것이다.

이렇듯 지리산 문화제는 개발과 보전의 대립이 있는 곳에 갈등 해소를 위한 방안으로 문화란 도구를 제시한다.

4차선 확·포장계획 발표된 섬진강길에서 이번 행사 열려


오는 25일 섬진강 자락 하동 악양의 평사리 공원에서 열리는 제2회 지리산 문화제는 지난해에 이은 두 번째 행사다. '매년 현안이 있는 지리산 지역을 선정해 행사를 개최하는 현장문화제' 성격에 맞게 그 두 번째 행사를 하동으로 정한 것이다.

행사가 열리는 평사리 공원은 우리나라에서 제일 아름다운 길로 유명한 19번 국도 섬진강 벚꽃길 옆에 위치해 있다. 섬진강 길은 최근 4차선 확·포장계획이 발표되면서 지역 내 찬·반 양론이 치열하게 대립되고 있는 곳이다.

a 1회 지리산문화제 당시 공연중인 어린이들

1회 지리산문화제 당시 공연중인 어린이들 ⓒ 지리산 생명연대

문화제 준비위측은 '발전과 빠름의 논리로 진행되고 있는 각종 개발사업에 대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환산하기 힘든 정신적 문화적 무형의 가치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화두를 던져주고 있다'며 이번 행사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번 지리산 문화제의 목적은 '지리산의 너른 품 안에서 서로간의 경계를 넘어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지리산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큰 마당'이다. 섬진강에서 펼쳐지는 한바탕 난장을 통해 지리산을 매개로 모두가 함께 가야할 사람들임을 알게 하자는 뜻이다.

행사를 주도적으로 준비하는 지리산권 시민단체협의회 외에 하동군, 농협 하동군지부, 하동문화원, 하동도서관, 악양면 청년회, 하동진보연합, 섬진강 지키기네트워크 등이 함께 참여하고 후원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연유에서다.

찬반 논리를 떠나 갈등이 있는 공간에서 서로의 마음을 열고 진솔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려는 이번 행사의 근본적인 의도에 모두들 공감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a 제1회 지리산 문화제. 공연중인 캐비넷 싱얼롱즈

제1회 지리산 문화제. 공연중인 캐비넷 싱얼롱즈 ⓒ 지리산 생명연대

지리산 문화제는 도시의 화려하고 인공적인 무대가 아닌 자연이 만들어낸 멋진 풍경을 보며 시골의 정취와 아늑함을 즐길 수 있는 문화행사라는데 그 특징이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이 어우러지는 곳에서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열린 공연은 지리산 문화제가 주는 특별한 즐거움이다.

지리산문화제는 지리산권 주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지리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장이 되기 위해 다채롭고도 풍성한 행사를 마련한다.

지리산권 65세 이상 어르신들 영정 사진을 찍어 드리며, 새끼꼬기 대회, 천연염색하기, 어린이 백일장 등 아이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행사도 준비했다. 함께 하는 행사로 마련된 하동 차 마시기, 토우 만들기, 전통 목공예 체험 등은 지리산권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리산아이들이 그린 섬진강, 지리산사랑 걸개그림 전시, 지리산섬진강 시화전 등 전시행사를 통해서는 문화제를 찾은 사람들에게 보는 즐거움을 선사할 계획이다.

섬진강과 지리산권 문인들의 팬 사인회 행사에는 남남희 박남준 박두규 복효근 이원규 등이 참여해 독자들과 만남의 시간을 갖는다.

a 고소성에서 바라본 섬진강. 모래톱 부근이 지리산문화제가 열리는 평사리 공원

고소성에서 바라본 섬진강. 모래톱 부근이 지리산문화제가 열리는 평사리 공원 ⓒ 섬진강과 지리산 사람들

공연마당에는 무녀 한영애의 퍼포먼스와 안치환 이지상 등의 가수들이 참여해 한여름밤 강변 콘서트를 펼칠 예정이다.

문화연대의 자전거녹색 캠프단은 섬진강변을 따라 굽이굽이 자전거를 타고 지리산문화제 홍보와 아름다운 섬진강과 지리산을 살리자는 캠페인을 진행한다.

특히 문화제가 열리는 섬진강변은 모래영구채취금지제도가 정착돼 있어 1만평 이상의 모래톱이 형성돼 있는 곳으로, 행사일인 8월 25일이 음력 보름을 앞둔 시점이라 달빛 머금은 섬진강과 지리산 자락의 흥취를 흠뻑 전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지리산 문화제는 25일 오전 11시부터 그 축제를 시작해 밤 11시까지 12시간 동안 이어진다.

덧붙이는 글 | 성하훈 기자는 지리산생명연대 회원입니다. 지리산 문화제 홈페이지 http://www.savejirisan.org/culture

덧붙이는 글 성하훈 기자는 지리산생명연대 회원입니다. 지리산 문화제 홈페이지 http://www.savejirisan.org/culture
#지리산 #섬진강 #지리산문화제 #평사리공원 #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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