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적 차원의 ‘국제가정의 날’ 추진을 제안한다

‘단일민족’이란 정신적 의미의 문화적 소산이다.

등록 2007.08.20 17:04수정 2007.08.20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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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울릉도에 살고 있는 한 일본출신 이주여성은 독도,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한일분쟁이 일어날때마다 고개를 들지 못하고 외출을 삼간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도 3·1절이나 8·15 광복절에 학교에서 반일수업을 듣고 엄마에게 달려와 화를 내는 일도 있었다고 한다.

사례 2. 경기도 안산시에서 중학교 2학년인 이아무개군은 아빠가 파키스탄 출신이라 까무잡잡한 피부의 얼굴로 학교에서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자주 왕따를 당하는 일들이 많았었다.

사례 3. 전남 보성군에 사는 초등학생 3학년인 김아무개양의 한글 학력수준은 초등 1학년 수준도 안 되서 학교에서 문제아 아닌 문제아가 되었다. 필리핀 출신 엄마의 서툰 한국말로 어려운 가정내 한글교육이 한 몫 했다는 주변의 얘기가 들린다.

마침 8월 20일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는 인종차별금지조약과 관련해 "단일 민족을 강조하는 것은 다른 인종, 국가 출신 사람들이 같은 영토 내에 함께 살며 이해와 관용, 우의를 증진하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며 한국 내 이주 노동자, 외국인 여성 배우자, 국제결혼으로 태어난 혼혈아의 인권 문제를 집중 거론했다. 그러면서 "순수 혈통·혼혈과 같은 용어와 더불어 인종 우월적인 관념이 한국 사회에 널리 퍼져 있다는 데 주목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보고서는 한국 정부에 다른 인종·국가 출신 한국 거주자에 대한 인권 의식을 높이기 위해 이들의 역사와 문화에 관한 정보를 초·중등 교과서에 포함하는 등 각 분야에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했다. 또 외국인 여성 배우자 문제와 관련해 별거·이혼 시 법적 거주 지위를 보장하고, 국제결혼 중개기관 활동을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주 노동자와 혼혈아 등 외국인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을 금지하고 이들이 인종차별금지 조약에 명시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관련 법규 제정 등 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 그간 대한민국이 ‘단일민족’이라는 문화적 우월성(?)에 젖어 외래문화를 자연스럽게 터부시 하면서 상대문화 수용에 둔감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간 재일동포 관련 민족차별에 많은 비판을 받아 온 일본과 외국인 관련법규를 비교해도 오히려 한국의 민족차별이 더 심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때문에 금번 유엔의 권고는 21세기 한국의 바람직하면서도 시의적절한 국제화에 관한 지적이었으며, 이를 기화로 더욱 다채롭고 폭넓은 다문화 민족의 틀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주민등록상의 외국인 인구는 63만2천여 명으로 총인구의 1.3%를 차지했다. 지난해 국내에서 신고된 결혼 건수 총 33만2천800여 건 중 외국인과의 결혼은 11.9%인 3만9천700여 건에 이른다. 농촌 총각 10명 중 4명꼴로 외국인 여성과 결혼하고 있어 몇 년 뒤에는 농어촌 초등학생의 4분의 1이 국제결혼 부부의 자녀들로 채워질 전망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우리시대 ‘다문화’에 관한 바람직한 인식전환의 한 방편으로 가칭 ‘국제가정의 날’을 국가단위로 선포하고 추진할 때라고 본다. 국제가정이야 말로 다문화의 리더이며, 그 자녀야말로 국제화의 주역이라는 자부심과 자긍심을 심어 줄 수 있는 실질적인 사회적 행사를 통해 변화일로의 ‘단일민족’에 관한 올바른 관점을 찾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한민족에 있어 ‘단일민족’이란 정신적 의미의 문화적 소산일 것이다. 그리고 ‘순혈주의 배타성’이 아닌 ‘포용적 다문화’로 변모하게 될 때에 진정한 단일민족의 의미도 더해질 것이다. 그것이 또한 바람직한 시대정신이기도 하다.


사회 각계각층의 여론을 수렴하여 ‘국제가정의 날’을 추진하자. 진정한 한민족의 웅비가 또다시 혈통적 포용성을 통해 세계로 퍼져나가는 ‘신한류’가 됨을 의심치 않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http://www.dailyreview.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http://www.dailyreview.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국제가정 #단일민족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CERD #다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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