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1명당 50만불" vs "19명 전체 50만불"

[현지리포트] 탈레반-한국정부, 인질 '몸값' 협상... 수감자 석방 요구도 계속

등록 2007.08.21 10:43수정 2007.08.21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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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한국인 피랍사태가 34일째를 맞고 있는 가운데 <오마이뉴스 인터내셔널> 시민기자로 활동해온 아프간 저널리스트 다우드 칸 카탁이 6신을 보내왔다. 아프간 신문 <파자왁 아프간 뉴스>의 기자이기도 한 카탁은 현지의 관계자들을 광범위하게 취재, 현재 한국측과 탈레반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질석방 협상의 내막을 들여다보고 있다. 카탁 기자는 지난 6월 <오마이뉴스> 주최로 열린 '제3회 세계시민기자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처음으로 서울을 방문했으며, 이번 납치사건 초기부터 관심을 갖고 생생한 현장 분위기를 전달해왔다. <편집자주>
지난달 25일 아프가니스탄 경찰 차량이 가즈니주의 탈레반에게 살해된 한국인 인질이 발견된 장소에 도착하여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지난달 25일 아프가니스탄 경찰 차량이 가즈니주의 탈레반에게 살해된 한국인 인질이 발견된 장소에 도착하여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AP=연합뉴스
한국인 여성 인질 2명이 서울로 출발한 날(16일) 이루어진 탈레반과 한국협상단의 2차 대면협상이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종료됐다.

인질 2명의 석방은 한국협상단과 탈레반의 3일간 첫 대면협상이 이루어낸 성과였다. 인질 석방이 이루어진 직후 탈레반 측은 직접협상을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협상을 중재한 인사들과 주변 관측통들은 목요일의 직접협상에 큰 기대를 걸었으나 탈레반은 기존의 동료 수감자 석방 요구를 누그러뜨릴 생각이 없다고 통보하고 협상을 종료했다.

피랍사태가 한달 넘게 지속되면서 수도 카불에는 남은 인질 19명의 운명과 거듭된 수감자 교환 요구에 꿈쩍도 하지 않는 아프가니스탄 정부에 탈레반이 어떤 전략을 들고나올지 추측이 무성하다.

"인질 2명 풀어준 것은 지도부 질책 받았기 때문"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탈레반 지도부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있다. 탈레반 지도부는 한국인 여성인질의 납치를 환영한 바 없으며, 납치가 발생한 7월 19일 이후 침묵을 지켜왔다. 협상과정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지도부가 최근 압둘라 잔 사령관이 사태를 질질 끌고 있다며 질책했고, 빠른 시일 내에 사태를 종결시킬 것을 지시했다고 전했다.

익명을 요청한 이 소식통은 탈레반이 한국협상단과의 대면협상에 2명의 대표를 내보내고 한국측에 대한 호의의 표시라며 몸이 아픈 2명의 인질을 풀어준 것은 탈레반 사령관이 지도부로부터 질책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인질 2명이 풀려난 뒤 이루어진 기자와의 휴대폰 문자 대화에서 카리 유수프 아마디 대변인은 한국 정부가 아프간 정부에 탈레반 수감자들을 석방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전과 달리 그는 남은 인질에 대한 살해위협을 하거나 새로운 협상시한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이는 "탈레반 지도부가 아프간 국민들 사이의 이미지 실추를 우려해 압둘라 사령관에게 더 이상 인질을 살해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는 분명한 증거"라는 것이 소식통의 주장.

사태 장기화 부담, 그러나 '수감자 석방' 요구 타협 엄두 못내


피랍 사태가 길어지는 것은 탈레반이나 아프간 정부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일이어서 양자 모두 사태 종결을 원하지만 가장 큰 장애물은 아프간 정부 관할하의 감옥에 있는 탈레반 수감자들이다.

피랍사건 발생 이후 사태를 관찰하고 있는 가즈니 주의 칸 하이더 기자는(가명) "이 문제가 바로 양측이 사태의 매듭을 풀지 못하고 협상을 진전시키지 못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의 포로석방요구를 들어 줄 경우 위신이 훼손될 것을 우려하고, 탈레반 측은 수감자 석방요구를 철회할 경우 입을 타격을 우려해 양측 모두 타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탈레반은 여전히 아프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세력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들이 수감자 석방요구를 철회할 경우 이미 매우 취약한 상태인 조직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아프간 정부 역시 이들의 요구를 들어 줄 경우 국내·외적으로 위신에 손상을 입게 된다.

아프간 정부는 이탈리아 언론인 마스트로 지아코모를 지난 3월 탈레반 인질과 교환하기로 타협한 뒤 국내·외에서 극심한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아프간 정부의 후견자인 미국을 비롯해 국내·외의 비판이 일자 카르자이 아프간 대통령은 향후 탈레반과의 포로교환은 어떤 경우에도 없을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아프간 정부 대변인은 탈레반 포로를 풀어줄 경우 탈레반 반군의 기세만 올려주고 안보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협상 시한 정하지 않았다... 인질들 단식농성 보도 근거 없어"

몸값을 지불하는 것이 복잡한 사태를 해결하는 유일한 방안으로 보이지만 기자와 접촉한 소식통은 탈레반이 수감자 석방 외에 인질 한 명당 50만달러(약 4억6천만원)의 몸값을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한국협상단이 수감자 석방은 논외이며 대신 19명 인질 전체에 50만달러의 몸값을 제시했다는 것.

다음 협상일자를 정하지도 못했고, 탈레반은 포로석방 요구를 거듭한 채 목요일(16일) 2차 대면협상이 종료됐지만 관측통들은 막후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탈레반의 또 다른 대변인 자비훌라 무자히드는 20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탈레반 수감자 석방만이 유일하고 최종적인 요구이고 이에는 변화가 없을 것" 이라며 "수감자 석방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질 석방 역시 없다"고 말했다.

무자히드는 한국인 인질 일부가 자신들을 한 곳에 있을 수 있도록 해달라며 단식농성 중이라는 일부 보도를 부인하고, "우리가 새로운 협상시한을 정했다는 것 역시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협상시한은 없으며 모든 결정은 지도부 평의회가 내린다"고 말하고 "협상에 임할 준비는 돼 있지만, 다만 진전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탈레반 #피랍사태 #아프가니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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