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톤앤워터
내가 오랫동안 살아왔고 앞으로도 살아갈 지역이니까 누군가 오랫동안 공을 들이면 ‘고향’ 같은 ‘마을’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했습니다(참으로 미숙하고 단순한 생각이었지요. 지금도 여전히 그런 개념에 사로잡혀 있습니다만…).
내가 살고 있는 안양에 있는 변두리 재래시장에 해마다 많은 기획자와 예술가들이 모였다가 흩어지기를 여러 번 반복하며 다양한 흔적들을 남겼습니다(일명 '석수시장 프로젝트'라 불립니다).
그 행위와 흔적들을 지역미술, 공공미술, 다원미술 등으로 부르고 있습니다만 행위나 행동 혹은 그 흔적들을 어떤 개념 안으로 귀속시키는 것에 참으로 낯설고 어색할 따름입니다.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감동이 있거나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 맹맹한 짓거리들로 보일지도 모릅니다. '예술' 혹은 ‘공공미술’이랍시고 위세를 떠는 모양으로 비치지 않을 까 걱정되기도 합니다.
10년, 20년 아니 한 30년 후에 누군가 ‘그건 이런 거였다’ 라고 한다면 모를까 이리 규정짓고 의미를 부여하는 건 조금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30여 년을 살아온 동네라도 매일 자고 일어나면 낯설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빅토르 위고라는 사람이 이런 말을 남겼다는군요.
“자신의 고향을 달콤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직 주둥이가 노오란 미숙아다. 보다 성숙한 자는 타향을 고향처럼 느끼는 코스모폴리탄이며 궁극의 성숙한 모습은 모든 곳을 타향이라고 생각하는 이방인인 것이다.”
낯설어지는 게 성숙해지는 것이라니 굳이 슬퍼하거나 괴로워할 일도 아닌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