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한 간격을 두고 세워진 집들은 그 모양이 한결 같다. 그러한 집들이 연이어져서 그런지 마을의 분위기가 단조롭고 차분하다.서부원
기실 이 마을에 정착해 살아가는 고려인의 의식 속에 흐르는 정체성도 이와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가 그들을 '한인'이나 '조선인'으로 부르지 않고, '고려인(까레이스키)'으로 부르며, 그들 자신 역시 그렇게 불리기를 바라는 것도 역사의 격랑과 세월의 더께 속에 몸에 밴 그들의 범(汎)민족적 정체성에 기인한 때문일 겁니다.
저 멀리로부터 가끔 들리는 기차의 경적 소리를 자장가로 삼고, 쏟아져 내리는 별빛을 이불 삼아 낯선 땅, 낯선 집, 딱딱한 소파 위에서 잠을 청합니다. 내일 아침 일어나면 우수리스크 시내와 근교에 산재해 있는 우리 동포의 흔적을 찾아볼 예정입니다.
그곳에서 과거 항일독립운동의 흔적과 현재 새로운 다민족, 다문화 공동체를 꿈꾸며 자신들의 혼을 쏟아 붓고 있는 젊은 사회운동가들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나아가 그 옛날 발해 왕국을 호령했던 선현들의 자취와 그 터전에 발 디딘 채 현재를 살아가는 수많은 고려인들의 진솔한 삶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옛 사람이든,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든, 그 자취와 숨결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 땅 연해주가 훨씬 더 가깝게 느껴집니다. 어제보다 오늘이 더 기대됐듯, 오늘보다 내일이 더 설레는 까닭입니다.
덧붙이는 글 | 지난 7월 22일부터 8월 5일까지 (사)동북아평화연대에서 주관하는 '연해주-동북3성 답사'에 참가하였습니다. 연해주의 블라디보스톡, 우수리스크를 시작으로 하바롭스크를 지나, 중국 할빈, 옌지, 지안 을 답사하는 여정이었습니다.
제 홈페이지(http://by0211.x-y.net)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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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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