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육비전, '죽음의 트라이앵글'에 대한 고민 없다

[주장] 사교육만 더욱 강화시킬 교육혁신위의 '개악안'

등록 2007.08.18 19:20수정 2007.08.18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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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심각한 교육문제에 대한 적극적 해결의지를 담은 로드맵이 이제라도 발표된 것에 대해 반가운 마음을 가졌다. 그러나 그 내용을 보니 과연 교육혁신위원회가 교육개혁의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교육혁신위원회는 교원정책을 담은 장기 교육개혁방안인 '미래교육의 비전과 전략(안)'을 16일 발표하고 오는 24일 공청회를 거친 뒤 학부모, 교원 등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보고서를 9월쯤에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안에 따르면, 2015년부터 초·중등학교에 학년군제가, 고등학교에는 무학년제가 도입된다. 또 교사의 전문성과 능력을 평가해 기준에 못 미칠 경우 자격증을 박탈하는 교사자격갱신제와 다양한 인력의 교직입문을 위한 교원전문대학원체제가 도입된다.

혁신위의 개혁안을 보면서 과연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한 대안인가? 아니면 공교육을 사교육화하는 로드맵인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다.

혁신위의 개혁안에는 우리 아이들이 처한 현 상황과 교육내용에 대한 문제의식을 찾을 수가 없다. 현재 우리 교육의 가장 민감한 문제인 '3불 정책'이나 '대학 입시 자율화', '고교평준화문제' 등 급박한 사안에 대한 고민이나 해결의지가 전혀 없는 것이다. 이처럼 현실성 없는 대책과 고민 없는 대안이 과연 얼마나 실효성 있고 우리의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

특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초ㆍ중등학교 학년군제 및 고교 무학년제 도입방안은 학교 현장과 동떨어진 무리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무분별한 사교육 방지를 위해 초등학교에서 시험을 없애도 학원들은 각종 경시대회 준비로 성업 중이다. 이런 상황에 학년군제가 도입된다면 학년군마다 상위권 경쟁으로 사교육은 더욱 극성을 부릴 것이다. 학년군제의 시행은 선행학습을 위한 사교육이 엄마 뱃속에서부터 이루어지게 할 것이며 결국 학원을 많이 다닌 애들은 빨리 졸업하고 그렇지 못한 애들은 학교에 남게 될 것이다.

이러한 경쟁논리에 입각한 교육 방안은 오히려 교육의 근본이 되어야 할 인성과 창의성 고양에 해가 될 뿐이다. 고민 없이 쏟아내는 교육 방안은 우리 교육의 근간을 무너뜨릴 것이고, 나아가 우리 아이들에게 부담만 안겨줄 뿐이다.


한편 교원자격 갱신제 도입으로 교사들의 자격을 주기적으로 평가하면서 교사의 자질 향상 기제로 활용한다는 취지에는 기본적으로 공감한다. 그러나 그 방법에 대해서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이 제도의 도입은 교원자격의 불안정을 조장하고 교원들의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그리고 교원전문대학원 체제도 교육의 자질을 높이는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가에 대해 좀 더 신중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이처럼 혁신위의 개혁안은 대부분 현실성이 없고 우리 교육 실정에 맞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문제의 본질적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혼란만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지금 우리 교육에 가장 필요한 것은 공교육의 정상화와 사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교육혁명이다. 우리나라 초중고생들은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학교 밖으로는 수능과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 늦은 밤까지 학원을 다니고, 내신점수를 올리기 위해 학교시험과 수행평가도 준비해야 한다. 이른바 수능-내신-논술이라는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 불리는 입시지옥에 갇혀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학생들은 비판적인 사고능력과 창의성을 상실한 채 오로지 입시를 위해서만 학교를 다니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근본적으로 우리 사회의 학벌위주 풍토와 대학서열 체제에서 비롯되었다.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유명 인사들의 학력위조 사건들에서 잘 드러난 것처럼 우리 사회에서 우대받기 위해서는 명문대 졸업장이 필수적인 조건이다.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 공교육의 황폐화, 지식교육과 인간교육의 불균등, 계층간 교육기회의 격차 심화 등은 모두 명문대에 들어가기 위한 치열한 입시경쟁 때문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교육문제의 해결은 입시경쟁에 시달리고 있는 학생들을 '죽음의 트라이앵글'에서 해방시켜 주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국공립대의 통합운영으로 학벌사회와 대학서열체제를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벌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정당하게 대우받는 사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교육의 미래에 대한 비전과 전략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없는 전략이 성급하게 도입되는 것은 금물이다. 이런 면에서 이번 혁신위의 개혁안은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덧붙이는 글 | 신기남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덧붙이는 글 신기남 기자는 열린우리당 국회의원입니다.
#미래교육비전 #학년군제 #무학년제 #교육혁신위원회 #입시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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