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물한정식의 장점은 선택에 골머리 앓을 필요 없이 한자리에서 각종 요리를 접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약점이 될 수 있다.이덕은
한차례 손님이 빠져나가고 한쪽에만 손님이 테이블을 차지하고 있다. 허기가 졌는지 후배는 특정식으로 저질러 버린다. 그런데 예약손님 준비 때문에 전채, 찬 음식, 더운 음식, 식사의 순서가 지켜지지 않고 한 접시씩 두서없이 음식이 나온다.
색다른 것으로는 상어회, 세발낙지를 나무젓가락에 말은 것처럼 낙지 발을 꿰어 구운 꼬치, 물회, 전복과 돌멍게, 대통밥이 전에 먹었던 식단과 좀 달랐을 뿐 그저 그만한 음식들이 가짓수로 쏟아져 나온다. 잠시 화장실로 가다 주방에 미리 만들어져 쌓여 있는 음식접시를 보니 갑자기 업소용 음식 재료상에서 본 듯한 게딱지 그라탕과 냉동새우, 통조림 버섯이 생각나서 입맛이 따악 떨어진다.
뷔페음식이란 것이 다 그런 것이고 불친절한 것 같지도 않은데 어딘가 남는 앙금. 해물 한정식은 무언가 많이 보여줘야 하는 본질을 벗어나지 못하는 음식의 버라이어티 쇼다. 이제 나도 거기서 벗어나 시장통에서 먹더라도 개성이 살아 있는 음식을 찾아 보아야 할 것 같다.
[여수 생선구이집] 지난밤 혹사한 위장을 달래며
술을 먹으면 아침에 허기진다. 더구나 신트림이라도 올라올라치면 감당해낼 장사는 뜨끈한 국물밖에 없다. 여름이라 하더라도 새벽부터 추적거리는 비는 객지의 허기까지 더해준다. 펄펄 끓는 알루미늄 국통으로부터 솟아올라 빗줄기 사이로 사라지는 허연 김은 내용물이 뭐라 할지라도 회가 동하지 않을 수 없다. 유명한 집은 피하자고 해서 들어간 집도 무슨 무슨 방송에 출연했음을 알리는 사진을 걸어 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