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근리는 이제 평화로 다시 태어난다. 닥종이 공예로 평화마을이 탄생되고 그 속에는 우물에서 물긷는 아낙들과 아이들의 평화로운 모습이 그려있다.김영조
물론 한쪽 벽면에는 그림으로 그려진 노근리 현장이 있지만, 어찌 닥종이로 표현한 것만 하랴! 철길에는 엄마가 아이들 위에 엎드려 총탄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과 함께 "엄마, 아파! 눈알을 떼어줘"라고 외쳤다던, 폭격에 눈알이 빠져 실명한 양해숙(현재 68살)의 모습이 표현돼 있다. 쌍굴 안 수많은 사람이 켜켜이 쌓여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죽어가는 모습이 더없이 섬뜩하다.
그러나 이런 처참한 장면만 있다면 그건 평화가 아니다. 닥종이 공예가모임 '9닥다리'(회장 안정희)는 노근리 옆에 평화의 마을을 만들었다. 거기엔 냇가에서 고기를 잡는 아이들, 장기 두는 어른들, 우물에서 물을 긷는 아낙네들, 평상에서 엄마와 함께 장난을 치는 아이들을 통해 평범한 농촌의 평화로운 풍경이 표현돼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얼굴에 담긴 평화롭고 해학적인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이다.
그 옆에는 교회가 보이는 또 하나의 평화의 마을이 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사)노근리사건 희생자유족회 부회장이며, 노근리평화연구소 정구도 소장은 그 작품이 바로 자신의 부모와 당시 희생당한 누나와 형을 묘사한 것이라며, 자신에게는 가슴 속에 담아두고픈 작품이라고 귀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