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창시장 전경이승철
"이건 목포 갈친데요 물이 좋습니다."
"이 세발낙지도 목포에서 가져온 건데 한 번 보세요? 아직 팔팔하잖아요?"
지난 주 여행길에서 길가의 장터에 들어서자 상인들이 반가운 표정으로 우리들을 반긴다. 그러나 장터는 상인들만 많을 뿐 손님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별로 보이지 않았다.
해남에서 완도로 건너가는 바닷가 끝자락 길가에 자리잡은 남창장터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장날이라고 해서 특별히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장바닥에 펼쳐놓은 상품들은 대부분 해산물들이었다.
그들 중에서 생선을 파는 상인 한사람은 우리 일행들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가무잡잡한 얼굴에 순한 표정이 정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오늘 많이 팔았느냐고 물으니 머리를 설레설레 흔든다. "손님이 있어야지라? 아직까지 겨우 한 손 팔았구만이라"한다. 이 남창장터가 오늘 장날인 것을 안 것도 그가 말해줘서 알게 됐다.
"5일 장이구만이라, 2일 7일, 12일, 이렇게요."
이런 장사 몇 년째냐고 물으니 12년째라고 한다.
"이제 이런 장돌뱅이도 못해먹겠구만이라, 도통 장사가 돼야지라…."
그는 이곳 남창장 외에도 역시 5일장으로 장이 서는 해남장과 강진, 그리고 영암장터를 찾아다니며 장돌뱅이 상인을 하고 있다고 한다.
"시골에는 지금 노인들 밖에 없당게요, 그러니 물건이 팔리겠는기라? 노인들만 있으니 이런 생선도 그저 조금 사다 놓으면 오래오래 두고 드시니, 노인들이라 먹고 입는 것이 아주 적고 소박하당게요."
그는 장사가 안 되는 이유를 농촌 인구 감소와 노인들만 거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라고 젊은 사람들은 이런 시장 좋아 안 하거덩요, 보세요? 지나가다가 여기 들른 사람들도 나이든 분들이나 조금씩이라도 물건 사가지 젊은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구경시켜 줄라고 들르는 거지 물건 살라고 오는 것이 아니랑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