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보호법, 파견근로자보호법, 노동위원회법 등 비정규직 관련 3법이 직권상정돼 처리됐다.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단상을 점거하자 임채정 의장은 찬반토론을 생략했고, 임종인 열린우리당 의원이 이에 항의했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세상의 모든 정의와 대의를 다 가지고 있는 듯이 발언하는 민주노동당 386에게도 한마디 하고자 한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민주화 20년, 외환위기 10년, 참여정부 4년여 거쳐 오면서 "단결하면 힘이 생기고 투쟁하면 쟁취한다"는 '이념 아닌 이념', 이익집단들의 "내 몫은 절대 양보 못한다"는 기득권 논리가 진보진영에도 득세를 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를 '자유주의 정부'라고 일방적으로 규정하지만, 민주화 20년 동안 누적되고 심화된 기득권 세력에 대한 개혁은 좌와 우를 가리지 않고 실시해야 한다. 왼쪽에서 보면 모두가 오른쪽(신자유주의자)에 있고, 오른쪽에서 보면 자신을 제외하고 모두가 왼쪽(친북좌익세력)에 있다.
민주노동당이 아무리 열린우리당과 대통합신당을 비난하고 차별화해도 대중의 눈으로 보면 '민주화세력'이라는 한 통속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나는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하락한다고 민주노동당의 지지가 올라가는 것을 보지 못했다.
민주노동당도, 민주노동당 386도 정직해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놓고 마치 한국 자본가들이 과도한 탐욕이나 과잉 이윤을 추구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것처럼 왜곡해서는 안 된다. 사실 한국의 실정은 안정된 고용을 보장할 수 없는 열악한 자본의 조건에서 온 것이다.
국제적 비교를 해보면 한국의 비정규직의 비율은 특별히 높고, 상대적 처우는 특별히 낮다. 그런데 자본의 이윤율이 결코 높지 않다. 제한된 파이를 기득권자가 지나치게 많이 가져가는 것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정규직의 상대적 높은 임금에 대해 침묵하면서 비정규직의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면 또 다른 기득권 세력이다.
민주노동당도 '비정규직법'을 엉터리 보호법으로 생존권을 박탈한다고 일방적으로 몰아붙이지 말고, 직무에 따른 임금제, 성과에 따른 임금제, 즉 직무성과급을 받아들여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386은 왜 나뉘어져 있는가
지도자, 대통령의 힘은 크다. 대통령의 힘으로 한국사회를 과감하게 구조 개혁할 수 있다면 대통령 선거를 잘 하면 된다. 역사의 경험이지만, 한 사람의 지도자가 항상 올바른 길을 갈 수 없다. 그래서 당이 필요한 것이다. 뜻을 같이하는 집단이 있어야 국가경영전략을 세울 수 있고 미래비전을 책임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386들의 개인적으로 모색하는 '줄서기'는 더 이상 희망이 아니다.
그런데 386들은 한 조직으로 한 당으로 모이지 못한다. 386들은 한 번도 집단으로 행동한 적도 없고, 지금도 여전히 개별적일 뿐이다. 386 정치인 중에서 시대정신에 따른 정치적 비전을 선각하는 사람들이 앞장서길 바라지만 요원하다.
나는 젊은 시절에 가지고 있었던, 386세대가 다 모여서 하나의 당을 만들고 함께 정치를 하는 꿈을 접은 지 오래되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탄생하고 나서 한국 정치의 이념적 분화가 더욱 촉발되고 있다.
단적으로 FTA 문제에서 각 정치세력 간에 차이가 나타나고 있다. 우리 내부에 있었던 사회민주주의 사상, 민중주의적 생각을 계속 견지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모색을 하는 사람들로 나누어지고 있다. 그래서 전투적 중도주의나 공평주의가 탄생하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386들의 생각이 같은 줄 안다. 정치적 이념에 차별성이 없는 줄 알고 있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386은 같은 생각인데, 정치적 처지 때문에 잠시 다른 당을 하고 있는 줄 알고 있다. 심지어 한나라당에 가 있는 386도 비슷한 정치적 이념일 거라 짐작을 한다. 사람들의 생각은 대체로 맞지만, 사실이 아니다.
그런 점에서 이제 386은 하나가 아니다.
386은 80년대 민주화운동 세대이다. 기본적으로 '민주주의자'다. 한편으로 '민중주의자'라고 할 수 있다. 기층세력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한다. 또한 정치비전으로는 생산수단의 소유, 지배구조 개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회민주주의' 이념을 대체로 가지고 있었다.
2000년 전후에는 이런 질문을 했다. "같은 세대의식과 같은 이념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데 왜 함께 당을 하지 않는가?" 그러나 386은 흩어졌다. 정치에 입문하는 과정, 즉 출발점이 달랐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학생운동의 명망성을 가진 '386'들은 김대중의 '새천년민주당'에 '젊은 피'로 수혈되었다. 386이 집단적으로 정치적 실체를 인정받고 조직적으로 진출하는 과정을 거친 것이 아니라 개별적으로 기존 정치권에 흡수되는 과정을 거쳤다.
1등에게 몰아주는 구조, 뭉칠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