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의 해당화와 길 너머로 바라보이는 갯벌과 바다풍경이승철
"낼모레까지 비가 많이 온다는데 이렇게 떠나도 되는지 모르겠네."
지난 8월 6일 아침 친구들과 함께 여름휴가삼아 떠나기로 한 여행길은 출발할 때부터 비가 내렸다. 목적지는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를 거쳐 전남 영광과 무안, 그리고 목포를 경유하여 최종 목적지는 완도로 잡았다.
일기예보에선 호남지방도 6일과 7일 비가 내린다고 했다. 그래도 요즘 내리는 비는 한꺼번에 넓은 지역에 골고루 내리는 비가 아니어서 어쩌면 비를 피해 다닐 수도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며 일단 남쪽을 향해 출발했다.
그런데 우리들이 달리는 고속도로에서도 그런 국지성 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안성을 지날 때는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는데 약 3분쯤 달리자 아스팔트 도로가 보송보송해졌다. 전혀 비가 내리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3일간 여행하는 동안 계속되었다.
경치 좋기로 소문난 전북 부안의 변산반도 해안을 지날 때는 계속 비가 내려 채석강도 들르지 못하고 지나쳐야 했다. 곰소와 줄포를 지날 무렵에 잠시 그쳤던 비는 고창을 지날 무렵에는 다시 쏟아지는 바람에 선운사도 못 본 척하고 바로 영광으로 향했다.
"영광하면 법성포 아닌가? 법성포에서 점심 먹고 칠산 바다 구경하고 가도록 하지?"
일행 중 한 명은 별명이 움직이는 전국 지도다. 자영업을 하는 이 친구는 시간만 나면 부인과 함께 훌쩍 차를 몰고 전국을 누비는 사람이어서 전국 어느 곳이건 모르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길이 훤한 것이다.